김명찬 목사
김명찬 목사

올해 331일 부활절을 앞두고 40일간 몸과 마음을 경결하고 경건하게 지내는 기독교 절기인 사순절을 맞았다. 우리는 이 기간 동안 십자가를 지시고 온갖 수모와 채찍의 고통을 당하시면서, 골고다 언덕을 오르시고 이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의 고난행군에 동참하며, 예수 그리스도에 한 발짝 더 다가서려고 애쓴다.

우리는 이 기간 동안 쓸데없이 가득한 것을 버리는 동시에, 텅 빈 것을 가득 채워야 한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지나침은 오히려 모자람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과식을 하면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되어 신체 전반에 영향을 미치듯이, 모든 것에 있어 차고 넘치는 것은 모자람보다 못할 때가 있다. 오늘 한국교회의 모습과 꼭 같다. 꼭 필요한 영양소는 부족하고, 필요치 않은 것이 넘쳐서 비만의 모습이다.

먼저 욕심과 이기를 벗어 던져야 한다. 오늘 우리는 손에 쥐어진 것에만 만족하지 않고, 더 잡을 수도 없는데도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한다. 당장 나에게 쓸모가 없음에도 곳간을 가득 채우기 바쁘다. 자신의 유익이라면 남에게 피해를 줘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움켜쥔 나의 것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음에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 물량주의와 기복주의, 세속주의에 빠져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 이상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제자의 길을 외면하고 살아서는 안 된다. 세상의 것을 탐하는 것에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크고 웅장한 예배당이나, 예배당을 가득 메운 성도들의 머리 숫자가 목회의 성공이 아닌,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목회를 펼칠 때 비로소 성공한 목회자의 길을 걸어갈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해서 세상의 높은 권좌만 탐하고, 하늘을 찌를 듯한 예배당의 외형에만 목을 맨다면 한국교회의 제2의 부흥은 과거의 추억일 뿐, 앞으로는 결코 없을지 모른다. 이제는 나의 것을 비우는 것부터 시작해, 끊임없는 개혁과 갱신의 목소릴 높이고, 회개와 각성을 통해 거듭나야 할 때이다.

그렇다면 차고 넘친 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삶 속에서 구제와 나눔을 통한 사랑실천을 구체적으로 옮겨야 한다. 욕심 가득히 움켜쥔 것을 내어놓고, 나눔과 섬김을 통해 이 땅의 소외된 이웃을 향해 건네야 한다. 물질의 탐욕에서 해방되어 그것을 이 땅의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오셔서 섬김의 본을 보여줬던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쫓는데 활용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교회도 힘들고 어렵다는 핑계로는 안 된다. 교회마저 어려운데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의 삶은 얼마나 더 어렵고 힘들까를 생각해야 한다. 꼭 물질적 도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헌혈 증서를 건네거나, 장기기증 희망등록 등 생명나눔운동 역시 큰 도움이 된다. 어떠한 형태로든 그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손길을 건네고, 그들이 꿈과 희망을 안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오늘 한국교회의 정체된 부흥과 성장을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원동력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비움을 실천에 옮겼다면, 이제는 채움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사순절 기간 동안 삶의 다양한 부분에서 절제와 금식을 했다면, 우리는 영적 성장 역시 도모해야 한다. 매일 시간을 정해서 기도생활을 실천에 옮기고, 성경읽기를 생활화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메마른 영적 호수를 가득 채워 나간다면, 더 이상 무늬만 크리스천, 가나안 성도 등과 같이 부정적인 모습에서도 탈피할 수 있다.

2024년 사순절 기간 우리 모두가 자신의 삶을 회개하고 성경말씀에 근거한 검소한 생활습관으로 바꿔가는 연단의 시기로 삼고, 버릴 것은 버리고, 채울 것은 채워서 건강한 모습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예장한영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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