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창 주 교수
김 창 주 교수

시온은 시편에서 흔한 칭송의 대상이다. 거룩한 산(시 2:6; 43:3), 축복과 구원(시 14:7; 128:5), 아름다운 시온(시 50:2), 사랑하는 시온(시 78:68; 87:2), 주의 처소(시 74:2), 영원한 공간(시 128:1), 선택하신 곳(시 132:13), 통치 공간(시 146:10) 등등. 그중에서 시편 48은 가장 빼어난 시온 노래에 속한다.

히브리어 ‘시온’은 뜻은 확실치 않다. 건조해서 식물이 자랄 수 없는 땅이나 바위와 돌투성이의 쓸모없는 지역일 수 있다. 본래 시온은 여부스 족이 자리한 예루살렘 남동부의 일부 지역이다. 다윗이 그곳을 정복하고 ‘다윗 성’으로 개칭했으나(삼하 5:7,9) 여전히 주민들 사이에 회자된 명칭은 시온이었다.

솔로몬 성전이 세워진 후 시온은 점차 예루살렘과 동의어처럼 활용되었고 시인들은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며 시온의 영광을 기린 것이다.

시편 48은 시온에 관한 호칭을 두루 동원하여 나열한다. 거룩한 산, 하나님의 성(1절), 큰 왕의 성, 북방의 시온 산(2절), 야웨의 성, 하나님의 성(8절), 시온 산(11절) 등이다. 이렇듯 중심에 시온을 두고 네 방향을 차례로 배치한다.

기점(1-3절), 앞(4–7절), 오른편(9–11절), 미래(12–14절). 히브리어는 과거를 앞(before)에 두고, 미래는 뒤(behind)에 있다고 본다. ‘만군의 여호와의 성, 우리 하나님의 성’은 시편 48의 중심이자 네 방향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8절). 그곳이 곧 ‘거룩하고 아름다운 성’ 시온이라는 고백이다. 이 중 ‘북방’을 ‘큰 왕의 성’이자 시온 산으로 등치시키는 것은 다소 낯설다. 성서에서 북쪽은 대부분 재앙이나 침입 등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이다(사 14:31; 렘 1:14; 4:6; 6:1; 단 11:9; 슥 2:6).

내가 하늘에 오르리라. 나의 보좌를 저 높은 하느님의 별들 위에 두고
신들의 회의장이 있는 저 북극산에 자리잡으리라(사 14:13). <공동번역>

드물게 ‘북방’이 긍정적이자 희망적으로 쓰인다. 이사야에게 ‘북극산’은 천상회의가 열리는 장소이며, 시편 48에서 ‘높고 아름다워 온 세계가 즐거워하는’ 이상적인 공간이다. 이집트나 가나안의 영향이다. 그들의 드나드는 문은 태양 빛을 피하여 북에 둔다. 태양신 문화에서 북쪽은 삶의 기준이며 모든 출발점이 된 이유다. 북방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해석은 시편 48이 시온을 중앙에 두고 북, 동, 남, 서로 이어지는 예루살렘의 신학적 공간을 노래한다는 점이다. <Martin Palmer, "The Cardinal Points in Psalm 48," Biblica 46.3 (1965): 357-58.> 오직 북쪽과 동쪽만 명시되고(2,7절) 남쪽과 서쪽은 고도의 함축적인 묘사로 나온다(10,13절). 이스라엘은 해 뜨는 동쪽에서 시작한다(창 2:8; 4:16; 출 14:21; 겔 43:2; 마 2:1). 그러면 남쪽은 오른손이며(10절), 서쪽은 이스라엘 뒤, 곧 ‘후대’에 온다(13절).

Heinrich Bünting (1592)
Heinrich Bünting (1592)

시인은 ‘야웨의 성, 곧 시온’(8절)을 가운데 두고 다양한 애칭으로 부르며 찬미의 대상으로 삼는다. 특히 북방은 가나안 신화의 최고 신이 머문 장소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머무는 올림푸스 산처럼 시온은 세상의 중심이다. 이렇듯 시인은 시온의 높고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경배한다. 하지만 정작 그의 찬미는 위대하신 야웨로 집중된다(1절). 곧 그분의 인자하심(9절), 그의 이름과 정의(10절), 그의 심판(11절) 등으로 인하여 시온이 기뻐하지만 찬양받으실 분은 야웨 하나님이다. 시온은 야웨가 거처하신 곳이기에 아름답고, 거룩하며, 큰 왕의 성이지 찬송 받을 대상은 아니다. 온갖 미사여구가 시온을 칭송하는 듯 들리지만 야웨 하나님이 주인공이다. 그분의 이름과 찬양은 땅끝까지 이른다(10절).

“성서는 그리스도를 담고 있는 구유다.” 개혁자 마틴 루터는 주장이다. 구유를 지나치게 떠받들다 그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홀대할 수 있다. 시온 찬양에 집중하다 정작 찬미의 목표인 하나님을 놓친다면 곤란하다. 시편 48의 배경은 시온이 분명하고 찬양 대상은 그 도성에 좌정하신 야웨하나님이다. 이스라엘이 부른 시온의 찬가, 언제나 자랑스럽다.

한신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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