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민 교수
이 민 교수

이솝 우화인 토끼와 거북이(Hare and Tortoise)만큼 세계 각국에서 전해지는 다양한 버전은 거의 없다. '능력보다 노력이 중요하다'라는 아이들 교육용 교훈인 전통적 버전으로부터 잠자는 토끼를 깨우지 않은 거북이가 페어플레이 정신이 부족하다며 공정성을 강조하는 해석도 등장한다. 예전 한 TV프로인 호기심 천국에서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실험을 했다. 이 실험에서 거북이만 제대로 앞으로 나아갔고 토끼는 결승점 앞의 당근을 보고도 귀찮은지 움직이지 않아서 거북이가 이겼다.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는 2015년 메르세데스-AMG GT의 슈퍼볼 광고로 토끼와 거북이를 등장시켰다. 토끼가 방심한 사이 거북이가 AMG 공장에서 AMG GT를 꺼내서 승리했다는 내용이다.

미국 뉴욕 뉴프론티어교회의 류인현 목사는 거북이는 느려도 행복하다(두란노서원, 2014)를 통해 하나님의 느림의 섭리를 다루었다. 저자는 인생의 초반전을 달리고 있는 그대에게라는 부제를 제시하며 거북이가 토끼를 이긴 이유 중 하나를 거북이의 정체성에서 찾는다. 토끼와 거북이는 당연히 서로 게임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거북이는 자신의 느림을 토끼의 빠름과 비교하며 포기하지 않았다. 애초에 거북이는 토끼를 이길 수 없음을 알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낙심하지 않고 목표 지점까지 완주하는 것을 의도했다. 경쟁이 아닌 완주였다. 반대로 토끼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다가 결국 지고 말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왜 거북이는 토끼에게 지는가? 하나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토끼가 잠을 자서 이긴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토끼가 방심하지 않는 이상 토끼가 이긴다. 다른 하나는, 잠재된 패배의식이다. 거북이는 토끼의 주무대인 산보다 자신의 고향인 바다를 하찮게 여겼다. 잘하는 것으로 승부를 보는 열정 대신 토끼에게 지고 말았던 과거의 패배로 찌들었기 때문에 지게 된다.

어떻게 거북이가 토끼를 이길 수 있는가? 첫째, 바다로 가면 토끼를 이긴다. 본래 거북이의 자리는 바다다. 바다에서 경주하면 토끼를 항상 이길 수 있다. 성취를 통한 행복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면서 잘하는 것으로 해야 가능하다. 실패를 통해 자신의 자리를 발견해야 한다. 자신에게 알맞은 자리에서 경주하면 이길 수 있다. 바다에서 경주하는 거북이는 만년 승리자다.

둘째, 경쟁 상대인 토끼를 보지 않고 결승선을 보고 경주하면 이긴다. 토끼의 단점은 상대편인 거북이를 바라보고 모든 결정을 내린 점이다. 토끼는 느린 거북이를 바라보며 방심하고 잠을 잔다. 결국 거북이를 의식하다가 경주에서 진다. 인생의 경주에서도 주변 사람을 너무 쳐다봐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반면에, 거북이의 장점은 토끼를 의식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서만 전진한다는 점이다. 인생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만 바라보고 하늘나라만 소망하며 믿음의 경주를 해야 한다. 천국지향적 가치관만이 영원한 승리를 보장한다. 토끼의 기준은 단지 옆 사람이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눈치나 보며 분위기에 휩쓸린다. 거북이에게 속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목표를 향한 집념과 열정이 있을 뿐이다. 속도보다 방향이다. 결국 거북이는 늦어지더라도 목표 지점에 도달하고야 만다. 하나님께 붙들린 인생이 이와 같다.

핵심은 자기 정체성을 찾는 길이다. 자기 삶을 사는 사람이 누군가를 이겨 행복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 보다 자신의 자리에서 내 존재를 발견하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이 이 복잡한 세상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다. 성취가 느리다는 것이 열등감의 근원이 될 수 없다. 사랑은 존재 자체로만으로도 가능하다. 행복은 소유가 아닌 존재에 있다.

자기 정체성을 통한 행복은 어떻게 가능한가? 먼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행복하다. 일을 많이 해도 지치지 않는 것은 체력이 강해서가 아니다. 좋아하면 지치지 않는다. 한 분야의 대가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을 때 탄생했다. 다음에,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잘해야 하는 것이다. 새벽부터 열심히 뛰어도 열매가 없는 이유는 잘하지 못해서다. ‘열심이 좋은 점은 여러 가지를 시도하다보면 잘하는 것을 발견한다는 점이다. 예수님의 달란트 비유에서 보듯이 달란트를 남겼다는 것은 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올바른 일을 해야 행복하다. 아무리 좋아하고, 잘해도 옳지 않으면 소용없다. 도박을 좋아하고 잘한다 해도 바른 일이 아니니 가치가 없다. 바른 목표, 올바른 방향이 중요하다. “인생은 시계가 아닌 나침반을 보고 살아야 한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인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 1932~2012)의 명언이다.

한국교육기획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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