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하 목사.
문병하 목사.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마가복음10;45)

한때 성공회 주교를 꿈꾸던 사무엘 브렝글이라는 미국의 목사가 구세군에 입대하려고 대서양을 건너 영국으로 왔다. 그때 부스 사령관은 그가 구세군에 들어오는 것을 못 마땅히 여겼다. 왜냐하면 그는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고 미국에서도 존경받는 목회자이기에 높은 계급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스 대장은 브렝글에게 말했다. “당신은 너무나 오랫동안 지도자로서 군림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우리 구세군에 맞지 않습니다. 단 내가 시키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구세군 사관으로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브렝글이 놀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뭡니까? 무엇이든 다 하겠습니다.” 부스 대장이 단호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다른 구세군 훈련병들의 구두 닦는 일을 하십시오.” 그러자 브렝글 목사는 마음속에 갈등이 일어났다. “내가 다른 훈련병의 구두를 닦아? 그래도 내가 미국에서는 존경받던 목회자였는데 평신도 사병들의 흙 묻은 구두를 닦으라고?” 그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까 고민을 했다. “내가 기껏 군화나 닦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왔단 말인가심한 갈등이 일어났다. 그런데 그날 밤 그가 깊이 기도를 하는데 거칠고 구린내가 나는 제자들의 발이 환상 가운데 나타났다. 그리고 잠시 후 예수께서 꿇어앉으셔서 그 냄새나는 발을 가슴에 안고 물로 씻고 계신 것이었다. 그제 서야 부스 대장이 자기에게 왜 사병들의 구두를 닦게 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즉시 브렝글 목사는 부스 대장을 찾아가서 말했다. “, 제가 구두를 닦겠습니다. 제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지만 예수님이 하시는 것을 보니 저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훈련병들의 더러운 군화를 닦았다. 훗날 그가 구세군 최초의 미국인 사령관이 되었다.

섬김은 주님이 오신 목적이다. 섬김을 뜻하는 헬라어는 디아코니아(diakonia)이다. 이 말은 ‘···을 통하여라는 뜻의 디아먼지를 뜻하는 코니아의 합성어이다. ‘먼지를 통하여라는 디아코니아가 섬김이나 봉사 혹은 사역을 나타내는 말이 되었다. 이 말은 섬김은 먼지 같은 부족한 나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란 의미가 담겨있을 것이다. 자신을 먼지로 생각하는 사람, 그렇게 자신들을 작은 사람으로 취급하는 이들을 통해 섬김이 이루어진다.

이런 생각을 가능케 하는 것은 diakonia와 같은 어원을 지니고 있는 종을 뜻하는 diakonos란 말이 있는데 후에 집사를 뜻하는 말이 되었다. 여기서 영어로 집사를 뜻하는 deacon이 나왔다. 디아코노스는 원래 헬라사회에서는 식사와 관련해 웨이터(waiter)를 뜻하는 말이었다. 고대사회에서 식사 때만큼 주인과 종의 구별이 뚜렷이 나타나는 때가 없었다. 상전은 긴 옷을 차려입고 식탁에 기대어 있고, 하인은 띠를 두르고 시중을 들어야 했다. 식사의 시중을 들던 사람들이 디아코노스(diakonos)였다.

사람들은 섬김을 받으려고만 하고, 대접을 받으려고만 한다. 그래서 자기의 신분에 걸 맞는 섬김을 받지 못하면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 하느냐고 화를 낸다. 예수를 믿는 사람은 예수님을 본을 삼아 사는 사람들이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은 마가복음 1045절에 인자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고 했다. 주님이 섬기러 오셨다고 하심은 자신이 종으로 남을 위한 존재가 되기 위해 오셨다는 것이다. 요한복음 1314절에 예수님은 제자들을 발을 씻기신 다음 내가 선생과 주로서 너희 발을 씻겼으니, 너희도 서로 발을 씻겨 주어야 한다고 했다. 예수님은 섬김의 본을 보여 주셨다.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다. 예수님이 주와 선생이 되어 우리의 발을 씻기신 본을 보이시며 그대로 행하라고 하신 것이다.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조건이 섬김이라고 한 것은 살아도 죽어도 섬기는 사람, 즉 남을 위한 존재가 되어야함을 말한다.

주님! 거룩한 삶을 살게 하소서/돈에 매달리고, 사람에 매달리고, 자존과 아집에 매달렸던 저를 긍휼히 여기소서/많은 말을 줄이고 주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해 주소서/현란한 불꽃과 같은 죄의 유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보고, 듣고, 말하는 것에는 절제하게 하소서/나무처럼 깊숙이 믿음의 땅에 신앙의 뿌리를 박고 세상을 끌어안되 속된 것을 멀리 하는 맑은 지혜를 마음을 지니게 하소서/매일의 삶 속에 일어나는 고뇌와 근심과 걱정은 접어두고 숨은 그림 찾듯이 이웃의 근심과 아픔을 찾아내어 도움의 손길을 펴는 넓은 사랑을 지니게 해 주소서/주께서 몸소 보여주신 섬김의 도를 일상의 삶 속에서 실천하게 하소서

덕정감리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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