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부활절연합예배는 모처럼 보수·진보가 한자리에서 드리게 된다는 소식에 교계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지난 22일 실행위원회를 열어 불참을 최종 확인하면서 일장춘몽이 되고 말았다.

이 땅의 부활절연합예배는 8.15 해방 직후인 194746일 부활주일에 한국교회와 미군이 합동으로 드리면서 시작됐다. 그때는 한국교회 전체 교단이 진보·보수를 따지지 않고 참여해 주님의 부활을 축하했다.

그러나 1988NCCK한반도 평화통일 선언이후 보수 교단들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창립하면서 보수와 진보진영의 대립이 심화되고 연합분열이 되고 말았다. 한 때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라는 별도의 조직이 가동되고 한기총과 NCCK가 번갈아 가며 주최하는 방식으로 명맥을 이어갔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보수의 축인 한기총이 금권선거와 이단 영입으로 파행을 겪게 되면서 그 와중에 한국교회연합이 창립하고, 다시 대교단을 중심으로 한국교회총연합이 탄생하면서 연합의 상징인 부활절연합예배 마저 4개로 나뉘게 된 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부활절 연합예배에 보수·진보가 함께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관심과 기대를 끌기에 충분했다. 비록 일회성 행사이지만 공교회성 회복 측면에서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22일 열린 NCCK 실행위는 애초부터 참석하기로 결정한 바 없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사실상 불참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이해 안 되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NCCK의 의사결정 구조다. 결정이 이루어진 건 부활절연합예배 준비를 위해 모인 교단장회의에서다. 그 자리에서 NCCK 담당국장이 “NCCK도 참여키로 했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했다.

문제는 보도를 통해 이런 소식이 알려지고 NCCK 여성위원회 등 에큐메니칼 진영의 반발이 확산되면서 NCCK가 앞뒤가 다른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문제가 된 건 부활절연합예배 자체가 아닌 장소다. 부자세습을 단행한 명성교회에서 예배드리는 게 NCCK 정신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인데 이미 오래전에 결정된 장소 문제를 걸고넘어지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NCCK 실행위는 개별 교단적으로 참여하는 건 허용하되 ‘NCCK’란 이름으론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도 모호하다. NCCK와 한교총 두 기관의 주축 교단인 예장 통합과 기감을 의식한 것 같은데 자체적으로 부활절예배를 드리지 않기로 한 마당에 뭐가 다른 의미인지 모르겠다.

사실 올해 부활절연합예배에 모든 연합기관이 다 참여한다고 해도 과연 거기에 연합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최근의 부활절연합예배는 각 교단이 머릿수를 채워야 하는 인원 동원의 어려움으로 주로 대형교회를 빌려 그 교회 교인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흐르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예배 순서자에 각 연합기관 대표를 넣었다고 그게 연합이라 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격이 아닌가.

수가 적든 많든 중요한 건 그 안에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하나 되고자 하는 마음, 즉 진정성이 있느냐에 있다. 무조건 타이틀에 연합을 넣었다고 실제 연합이 된 것으로 여기는 건 연합의 무게를 너무 가벼이 여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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