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택 총장
제18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필자는 이 시대에 고민하고 있는 중요 과제 중에 하나인 이주-난민, 특별히 탈북자 정착 문제에 관한 진지한 토론과 합의의 진보가 필요한 시점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주 난민의 문제는 지구촌의 공동 문제가 된지 오래이다. 국경의 의미가 퇴색하고 근대 국가적 가치관이 도태된 오늘날의 국제 정세에서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는 이주민과 난민들에 관한 문제는 국제적 이슈로써 많은 나라들에게 혼란과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작게는 동남아 아가씨들이 결혼을 통하여 우리 사회에 편입되고, 중국 조선족들의 귀향과 노동 인력의 유입은 새로운 이주민 계층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탈북자 문제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아젠다에 추가됨으로써 다문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로운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강요하고 있다.

멀고 먼 한반도의 통일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분야별 남북통합이라는 현실적 과제도 눈앞에 있다. 정치 군사적으로 완전한 의미에서 한반도 통일 이전에 여러 측면에서 진정한 남북 통합이 절실한 상황이다. 분야별 통합을 넘어 완전한 통일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하는 시점에 사선을 넘어 남한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이 어떻게 우리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느냐가 향후 통일 시대의 혼란을 가늠할 중요한 잣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탈북자를 “공개적 국제 납치” 행위로 규정하고 맹렬히 비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맹국들과 공조하여 탈북자들을 철저하게 단속하여 귀국시키고 있는 국제적 사안이다. 여기에 남한 공권력의 치밀하지 못한 탈북자 문제 접근은 자칫 예민한 남북 대결 구도 하에서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북 정책을 추진하는 현 정부의 근심도 작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현 정부는 지난 두 정부와는 달리 퍼주기 위주의 정책을 지양하고 북한에 대해 원칙적으로 상호 교류를 통한 개혁 개방을 유도하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북한과는 적지 않은 긴장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탈북자를 돕는 한 북한을 자극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또 하나의 남북간의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은 사업의 방향에서부터 실질적 내용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인 집단이나 기관이 없다는 사실이다. 또 정부의 탈북자 정책 또한 명확히 정해진 것이 없이 늘어나는 탈북자에 대한 정착 시험사업의 성격이 짙다고 느껴진다.

지금까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탈북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통하여 새로운 삶을 찾아온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 남한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할 것인지, 그 전문가는 어떻게 양성할 것인지 등 탈북자를 포함한 이주 난민들을 위한 진지한 정책 토론을 제안한다. 이 문제에 관한 관련자들의 열정이 충만하고, 학자들의 지성이 살아있고, 언론의 냉철함이 번득인다면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미래 사회의는 밝다할 것이다.
그리스도대학교 총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