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방송 매체에서 나의 가슴 한켠을 허전하게 한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미혼모를 소재로 다룬 것이다.

방송에서 다룬 실제 미혼모의 삶은 비참함과 고단함, 그 자체였다. 아기를 키우는 일만 해도 버겁기만 한데, 미래를 위해 돈도 벌어야 했다. 아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는 건 분명한데 아기 때문에 일도 할 수 없는 현실.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희망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미혼모의 현실에 절로 눈물이 쏟아졌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땠을까. 누구든 그 상황이면 견딜 수 없을 처절함에, 보는 내내 그 아픔이 가슴 속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다큐멘터리 내용 중에서 유독 한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한 10대의 미혼모의 인터뷰다. 가슴을 후비듯 기억에 남는다. 얼굴은 힘에 들어 초췌해져 있었고, 초점 없는 눈빛으로 50일이 갓 지난 아이를 안고 있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갓난아이는 그저 슬프게 울고 있었다. 그 어린 미혼모는 힘들게 한마디를 꺼낸다.
“아기를 혼자 낳았고, 남편도 없고, 돈도 없다는 사실이 매우 힘들지만, 그보다 저를 더 힘들게 하고 서러운 일이 있습니다. 아기를 힘들게 낳았지만, 그 누구 하나 축하해주는 이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곳 미혼모 시설에 들어와서 원장님께서 처음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이, 크게 울었습니다.”

이 10대 미혼모의 인터뷰에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모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또 미혼모를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과, 아무도 도와주기는커녕 눈길조차 주지 않는 냉혹한 현실, 정부와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보호와 지원 없이 방치된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보는 내내 이 10대의 어린 미혼모의 이야기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슬픔 속에서도 작지만 희망을 엿볼 수 있어 그나마 위안이다. 임신한 사실을 알고 아이의 건강을 챙기고, 출산한 후 제일 먼저 아이를 찾고,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모습, 아이와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며 조금씩 저축하는 모습 등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생명의 탄생은 신비롭고 경이적이다. 갓 태어난 아기는 축복받고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 이는 부모와 가족뿐만이 아니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소외받고, 방치되고, 도리어 비난까지 받는다면 얼마나 슬픈 일인가. 아이의 마음에는 얼마나 많은 상처가 낙인처럼 남겠는가.

10대 여자가 아이를 낳았다며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있다. 어린 나이에 실수로 인해 아이를 낳은 것이 비난받을 일인지. 오히려 ‘낙태’가 아닌 ‘새 생명’을 선택한 그 미혼모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엄마가 되겠다는 선택, 이것은 마땅히 존중돼야 한다. 하나님의 피조물인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낳아 세상의 빛을 보게 하고, 많은 것을 빨리 포기해, 홀로 양육을 결심하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미혼모 시설에 있었던 이 10대 미혼모는 그래도 나은 편이다. 어디선가 시설에 가지 못하고 더 열약한 환경 속에서 외롭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미혼모가 부지기수로 있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며, 10대 미혼모의 삶은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야 할 소중한 인연임을 다시 깨닫는다. 또 강인한 엄마인 그녀들에게 진심 어린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정부와 사회를 향해서는 자립지원 등 현실적인 대책 마련과 입양특례법의 개정을 분명히 요구한다.

굿 패밀리 대표 / 개신대 상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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