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나라는 세상 군주들의 통치원리와는 전혀 다른 원칙으로 움직인다. 거짓과 반칙으로 권세를 부리는 세속 권력자들은 일시적이나마 형통할지 모르나, 하나님의 통치는 공정하고 순수하며 진실하기에 영원하다. 하나님 나라에 대한 공부를 하면 할수록, 세상의 부패에 물들어가는 세속화된 교회와 특히 한국교회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의 나라는 낮은 자리에 임하고, 가난하고 상한 마음에 깃들인다. 세상의 거짓된 나라는 겉으로 포장하는 데에 힘을 쓰다가 결국에는 죄악으로 얼룩지고 만다. 지금 한국교회는 바로 그러한 결정적인 시련에 도달해 있다. 해방 후 급속히 성장한 경제발전의 궤적 속에서 한국교회는 양적으로 급성장했고, 거대한 예배당을 소유한 교회들이 수 백, 수 천개로 발전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 법정에서 타락된 교회의 불법행위가 심판을 받고 있는 처지이다.

지금부터 20년 전에, 미국 고든 콘웰 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교수 데이빗 웰즈 박사는 현대 미국 복음주의 교회에 성경적인 진리가 없다는 비평적인 분석은 내놓았다. 어디 미국교회 이야기로 그칠 것인가! 일부 한국교회들은 성경에 담긴 교회의 분질을 따라가는 일에 힘써야 한다. 교회의 기본적인 사명에 충실히 임하는 방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남한의 한국교회는 대부분이 한국전쟁 이후에 건설되었고, 1970년대와 80년대에 세워진 교회인데, 그 한 두 세대가 지나가면서 여지없이 인간의 부패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역사가 쌓이고, 연륜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분열과 대립이 난무하는 인간의 내면적인 타락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교회를 봉사하는 목회자들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조금씩 성경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더 깊은 신앙과 신학적 성숙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얄팍한 지식으로 혼돈에 빠지게 되고, 겉모습에 만족하는 허위의식에 빠지게 된다. 순수하게 성찰하는 정도가 깊어지고 자신을 바라보는 냉철한 분별력을 유지하려면, 사물을 바라보는 성경적 시각이 있어야 한다.

필자는 어려운 한국교회의 진로와 방향에 대해서 숙고하면서, 하나님의 겸손과 낮아지심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고자 한다. 한국교회 목회방향은 하나님의 중심에 담긴 원리에서 밝혀져야 하는 바, 하나님의 낮아지심과 겸손하심을 본받아야만 제대로 교회의 방향이 설정될 것이다.

16세기 유럽의 종교개혁자들이 깨닫고 이해하였던 구원론의 핵심내용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도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겸손과 인내와 희생적인 대속이었다. 사람으로 오신 하나님의 겸손이라는 표현은 너무나 아쉽고 부족할 정도로 중요한 개념이다. 황공하고도 죄송하게도 하나님께서는 부패하고 타락한 인류의 구원을 위해서 자신을 낮추셨다. 겸손의 외형은 죄로 부패한 인간의 심정에 반응을 일으키기에는 매우 느리고 더디게 작동한다. 하나님은 인간의 구원을 위해서 긍휼을 베푸셔서 낮은 모습으로 찾아오셨다.

21세기 한국교회가 지금 어디로 가야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부정과 타락 행위가 낱낱이 언론에 노출되어서 당황스러운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교회는 지금 “회개하지 않으면 촛대를 옮기리라” (계 2:5)는 비난 앞에서 정신 차리고 제 모습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자신들의 과오를 뉘우치고, 다시 재충전해서 부활하신 주님을 인정하고 따르고자 했던 제자들처럼, 한국교회 목회자들도 다시 한 번 성령의 감동으로 충만케 되어서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바로 알고 따르게 되기를 소망한다(요 20:22). 칭찬받는 제자들의 모습으로 목회하고, 하나님의 인정을 받으며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되려면, 모든 행동원리를 복음에 제시된 것과 같이 하여야 한다.

하나님 나라의 일을 감당하는 목회자들과 목양자들이 취해야할 태도와 위치는 겸손하사 낮고 천한 모습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이다. 너무나 분명하다. 과거에 영광스럽던 시절을 그리워할 것이 아니다. 대통령들이 기독교인이고, 다수의 지도자들이 기독교회의 영향 하에 있었음을 추억하면서 되돌리고자 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한국교회가 돌팔매를 맞고 있는 시기이니, 교회에 관계된 우리 모두는 세속적인 자세를 모두 다 내려놓고 엎으려야 할 때이다.

1. 하나님의 초월성

모든 목회 사역은 근원이 되는 출발점은 하나님의 뜻이다. 하나님의 모든 계획은 사람의 생각과 다르며, 초월적인 차원에 속해있다. 목회지도력은 세상 사람의 생각이나 리더쉽으로 할 수 없다. 하나님은 존재론적으로 초월적인 분이시며, 우리 인간의 이성과 지식으로는 이해가 불가능하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 것이라야만 진리이며 영원한 것이다. 사람들이 보기에 좋은 것들은 일시적이요 임시적이며 이기적이요 계산적이다. 구원의 복음을 알리고 증거하고 세워가는 일은 사람의 계획과 뜻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  

초월적인 하나님이 진행하시는 인류 구원의 계획이 있다.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에서 나온 계획이자 집행이다. 구원받을 자들을 선택하시고, 구원하시고, 믿음을 주시며, 보호하신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이 준비해 놓은 길이 있다. 성령을 통해서 비쳐주시고, 변화하게 하시며, 거듭나게 하신다. 결코 제한된 인간의 지식과 지혜로 미치지 못하는 곳에 하나님의 지혜가 있다. 길어야 120년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의 길과는 전혀 다른 길이다.   

왜, 어찌하여 인간의 삶은 혼란의 연속인가? 어찌하여 모든 사람의 생애란 이처럼 객관적인 시각을 갖지 못하고 자기에게만 빠져들고 말았는가? 현재 모든 인류가 직면한 진실은 하나님과 단절된 상태에 놓여있어서, 죄 가운데 먹고 마시며 어두움에 사로잡혀있다는 사실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의 본질, 이 세상이라는 잠재적인 환경을 바로 꿰뚫어보려면, 위로부터 오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높은 곳에서 오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사야 55:8,9절 말씀에“이는 내 생각이 너희의 생각과 다르며 내 길은 너희의 길과 다름이니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이는 하늘이 땅보다 높음 같이 내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음이니라.”아멘

<계속> 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부총장 / 조직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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