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우리가 사는 한 평생이 그리 길지 않으나 변화무쌍하기만 하다. 요동치듯 흐르는 한 생(生)의 현장에서 흔들림 없이 꾸준히 한길을 걸어야, 바람직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믿는다. 세상의 풍조와 형편과 처지 따라 가는 길의 방향과 목적을 갈피를 잡을 수 없도록 쉽사리 옮겨 다니는 인생은 성공하기가 어렵다. 기회(?)따라 옮겨 앉는 이들의 삶은 남 보기에는 성공한 것 같아 보여도 내면의 속사람은 공허해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믿음의 소신과 신념 그리고 비전을 따라 꿋꿋이 살아온 삶은 비록 남 보기에는 고단하고, 때로는 보잘 것 없이 보일 수 있을 지라도 내면과 속사람은 보람과 행복으로 채워진 무게를 가진 인생일 것이다.
믿음장이라 불리는 히브리서 11장은 믿음에 대한 간략하고도 명확한 정의로 서두를 장식하고, 믿음으로 살았던 귀한 선배들의 모범을 길게 전하고 있다. 믿음의 성공사례를 믿음의 후손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믿음으로 성공한 선진들의 역사를 보고 있노라면 일반 상식과 뭔가 좀 다르다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다. 오히려 실패사례라고 해야 할 것 같은 성공사례들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믿음으로 인하여 엄청난 고난의 길을 걷고, 걸어야 했던 선진들의 믿음의 행로들이다.

참된 믿음의 본질을 1절과 2절에서 간파하신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선진들이 이로써 증거를 얻었느니라.” 이 본문의 ‘실상’을 영어성경은 Substance라고 번역했다. 이 Substance가 헬라어로는 Hipostasis이다. 헬라어 Hipostasis는 받침대란 의미다. 앞에서 살펴본 의미를 담아 히브리서 11장 1절을 이해한 대로 정리하면 “믿음이란 우리들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들이 우리가 거기에 도달할 때까지 받쳐 주는 받침대다”라는 뜻이 될 것이다. 믿음이라는 받침대가 없이는 우리가 바라는 것들에 도달할 수 없다는 깊은 뜻을 전달하고 있다. 믿음이라는 받침대로 받치고 있는 ‘바라는 것’이 바로 비전이다. 따라서 비전이 없는 믿음은 목적지를 잃은 배와 같다 할 것이다. 믿음에 목표를 정하여 주는 것 그것이 바로 비전이다.그런 의미에서 어느 분야, 어느 공동체라도 지도자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다. 공동체 또는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목적지가 없거나, 목적지를 모른 채 항해하는 어처구니없는 선장과 같다 할 것이다.

사람에게는 육안(肉眼)과 심안(心眼)과 영안(靈眼)이 있다.

사람들 중에는 육안은 밝은데 심안이 어두운 사람이 있고, 육안과 심안은 밝은데 영안이 닫혀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 “눈 있는 자는 보라”고 하셨다. 멀쩡하게 두 눈을 뜨고 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눈 있는 자는 보라”고 말씀하신 것은 영안을 말씀하심이요 비전을 말함이다. 우리네 찬송가에 여러 편의 찬송이 실려 있는 찬송시인 J. F. Crosby 여사는 생후 얼마지 않아 시력을 잃었다. 육안을 잃은 Crosby는 하나님의 거룩한 은혜의 세계를 볼 수 있는 영안으로, 보고 체험한 은혜의 세계를 6천여 편의 찬양 시(詩)로 우리에게 거룩의 비전을 제시하였다. “인류의 장래는 인간의 상상력과 비전에 달려 있다”는 불란서 황제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말을 공감하면서 이 말을 “인류의 미래는 참된 신앙과 그 비전에 달려 있다”고 고쳐 말하면 어떨까. 영적 상상력이 창조적 상상력의 뿌리가 되고, 바람직하고 건강한 상상력은 바른 신앙에서 비롯된다. 창조적이고, 바른 상상력은 종교인들이 쉽게 빠져드는 폐쇄성, 아집, 독선에서 벗어나고, 목적 있는 왜곡에서 탈출할 때 가능하다. 신앙 없이도 비전은 지닐 수 있겠으나 바른 신앙이 뒷받침이 되지 않는 비전은 개인과 공동체를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기가 십상이다. 바람직한 비전은 바른 신앙의 바탕 위에 서있을 때 건강하고 창조적인 비전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이 국가에 위기의식이 가득할 때일수록 건강한 비전제시가 중요하다. 백성들로 하여금 허물어진 꿈과 자존감을 회복시킬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힘을 집약시킬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하여 그 비전에 힘을 모을 수 있을 때, 재도약과 무너진 민심의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이 비전은 올바른 신앙의 바탕에서 창출되었을때 모두에게 유익과 희망을 주는 거룩하고, 건강한 비전이 된다. 신앙과 비전은 마치 동전의 앞뒤와 같은 상관관계를 가지기에 어느 공동체든지 그것을 이끄는 지도자가 지닐 가장 중요한 덕목은 건전하고, 창조적인 신앙의 바탕에서 창출된 비전제시이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