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세월호 전복은 무게 중심이 위로 올라가 기울어진 배가 조류흐름이 빠른 수역에서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벌어진 일이다. 원래 낡은 배를 사들여 화물과 승객을 동시에 더 많이 실을 수 있도록 개조하면서, 2층을 증축하여 배의 무게 중심이 위로 올라갔는데도 어엿이 여객선 허가를 받아 운항했다. 20년이 넘은 노후배임에도 사용 연한을 10년이나 더 연장받기도 했다. 선박회사의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정부가 규제를 풀어준 것이다. 세월호는 언젠가 전복되기로 예정된 배였던 것이다.

무게 중심이 위로 올라간 배가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것처럼, 힘의 중심이 위로 올라가 있는 나라도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세월호의 선주가 승객의 안전은 아랑곳 않고 배를 증축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힘의 중심이 위로 올라가 있는 나라에서 영리하게 처신한 결과일 것이다. 여객선 건조 ․ 운항과 관련한 인허가와 감독을 책임진 기관의 장들 대부분이 정치권 인사이거나 해양수산부 출신 간부들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문성이나 책임 따위는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는 사람들이 산하 기관에 빨대를 꽂고 단물만 빨아먹는 이들이 태반이다. 정부 산하 각종 기관장과 간부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힘이 위로 올라가 있는 나라는 책임져야 할 공직자의 시선이 위로만 향하게 되어 있다. 힘이 아래로 내려가 있는 나라라야 공직자의 시선이 옆 사람에게로 향한다. 정부의 무능, 무책임, 방조에 분노한 가족들이 청와대로 가자며 나서자 경찰은 신속하게 길을 가로막았다. 위로는 신속하고 옆으로는 느려 터지거나 무능한 게 이 나라의 공권력이다. 힘이 위로 올라간 나라는 돈도 기회도 특혜도 위로만 올라간다. 그러면서도 모든 책임은 아래로 전가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최일선에는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처럼 대부분 비정규직, 임시직, 계약직이 도맡고 있다. 애초부터 직업윤리 따위를 기대한다는 게 무리이다. 이런 구조를 스스로 깨뜨리지 않으면서 말하는 ‘뼈를 깎는 개혁’은 공염불일 게 뻔하다. 대한민국은 지금 세월호보다 더 큰 비극이 상존하는 나라이다. 이걸 고치지 못하면 각자 알아서 자기 생명을 지켜야 한할 것이다.

삼일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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