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나이 육십을 넘기고 나니 사회 친구들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미 은퇴하였고, 주변에서 은퇴를 준비하거나 은퇴하신은 목사님들의 변을 들을 기회가 많아졌다.

지난 4월에 은퇴하고, 시골에 내려가 나무를 가꾸며 젊음(?)을 갈구하는 목사님과 대화를 나누며 많은 생각을 했다. 그 목사님은 “내 자리가 없다는 것도 먹먹한데, 할 일도 없다면…” 그리고 가꾸는 나무들이 꼭 목양현장의 성도들 같이 반응한다고 소회를 전해주었다.

해외 일본인선교사 활동후원회 대표로서 활약하기도 한, 일본의 여류 소설가 소노 아야코(曾野綾子)(1931~)가 1972년에 발표했던 베스트셀러 <계로록(戒老錄)>을 우리말로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는 제목으로 번역한 책이 있다.
 
원제가 '늙음을 경계하는 기록'인 이 책은 일본에서 저자의 나이가 41세 때인 1972년에 출간된 이후, 51세와 65세 때 재출간될 정도로 세대가 바뀌어도 공감할 수 있는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고뇌와 공감을 이끌어 낸다.
 
그중에 몇 가지 소제목들을 추려 소개한다.
 
① 당신은 지금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기대수명 증가로 은퇴기간이 늘어나면서 되도록 오랜 기간 현재의 일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일자리를 지키는 일에만 치중하다보면 예상보다 빨리 ‘퇴직’이라는 시점이 빨리 다가 올 경우 허둥거리게 된다.
허둥대지 않으려면 정년을 앞둔 시점에서 ‘재출발’ 계획을 미리 세워두어야 한다. 정년 후의 재출발은 두 번 다시 되풀이 할 수 없는 인생을 음미해 볼 수 있는 시간이기에 감정적으로 휘말리지 말고, 냉정하고 여유 있게 새로운 인생을 계획해야 한다.
 
② 가족들이라고 무슨 말이든지 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가정이란 사회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상처를 회복하여 생동감을 얻고, 다시 사회로 나가서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회복실’ 같은 곳이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인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노인이 되면 모든 것이 용납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일종의 응석이다.
③ 푸념을 해서 좋은 점은 한 가지도 없다.
인간관계이서 다툼이 있었거나, 마음이 상하게 되었을 때에 누군가에게 넋두리 삼아 푸념을 늘어놓게 된다. 그러나 그런 푸념은 상처를 주고, 들은 사람과의 관계를 바르게 회복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새로운 앙금만 더 남기게 된다. 가족 간의 대화를 푸념한다던지 불평의 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④ 무조건 명랑할 것.
외형만이라도 좋다. 마음속에서부터 명랑하라고 할 수는 없다. 인간은 그런 위선적 행동은 아무리 많이 해도 좋다. 명랑하게 행동하는 것은 세상 사람에 대한 예의이다.
무슨 일로 우울하여 있거나 심각해 있으면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 한다. 속상했을지라도 무조건 명랑해야 한다. 나이 들어 주위 사람들을 위하여 명랑한 척 하는 것이 큰 덕선(德善)이 된다. 이런 노력은 열린 마음과도 통한다. 겉과 속이 다른 것에 상처받거나 불쾌감을 느끼는 것은 센티멘탈리즘일 뿐이다.
 
⑤ 무슨 일이든지 스스로 하려고 노력하라.
나이 들어가면서 가까운 사람들이나 가족들에게 이일 저 일을 시키게 된다. 그러나 스스로 하려고 애쓰는 것이 자기 자신에게나 주변의 인관관계에서 큰 도움이 된다. 노년이라고 해서 남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사회나 국가에 무엇인가 요구하고, 혜택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옳지 않다. 자립의 긍지만큼 큰 즐거움도 없다.
 
⑥ 자주 버리라.
자주 버리는 생활습관을 가져라. 나이 들면서 자신에게 불필요한 물건들을 과감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버려야 할 것이 비단 물건들만이 아니다. 정신적으로나 습관들도 포함 된다. 나이 들면서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면 자신 속에 갇혀 살게 된다. 품위 있게, 빛깔 좋게, 늙으려면 끊임없이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더불어 무언가 남기고 떠나야지 하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⑦ 공격적이지 말 것.
나이 들어가면서 여유롭게 처신할 수 있어야 한다. 화를 내거나 거친 말을 하거나 욕을 하는 것은 자신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화풀이로 비치게 된다. 나이 들연서 여유와 품위를 잃고 공격적으로 되지 말아야 한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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