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 타락으로 윤리와 도덕 붕괴…교회마저도 편법과 탈법 판쳐
개인 및 집단이기주의 팽배, 세대간 갈등ㆍ계층간 불신과 불만 가득

한국교회의 공신력이 갈수록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기독교언론포럼이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은 한국교회를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응답자의 62.4%가 한국교회를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60.8%는 기독교인 지도자들 때문에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답했다.

또한 지난 2010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실시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내용에서도 국민 응답자의 17.6%만이 한국 개신교를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공신력이 추락한 한국교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擧世皆濁(거세개탁). 2012년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다. ‘거세개탁(들 거, 세상 세, 다 개, 흐릴 탁)'이란 온 세상이 모두 탁해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바르지 않아 홀로 깨어 있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 말은 초나라의 충신 굴원(屈原)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실린 고사성어다.

굴원이 모함으로 벼슬에서 쫓겨나 강가를 거닐며 초췌한 모습으로 시를 읊고 있는데, 고기잡이 영감이 그를 알아보고 어찌하여 그 꼴이 됐느냐고 물었다. 이에 굴원은 “온 세상이 흐리는데 나만 홀로 맑고, 뭇 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서 쫓겨났다"고 답했다.

2012년을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거세개탁'이 뽑힌 것은 혼탁한 한국사회에서 위정자와 지식인의 자성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세상의 모범이 되어야 할 한국교회가 도리어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지경에 이르면서 한국교회의 자성과 반성의 목소리가 강하게 요구되고 있다.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할 종교인들마저 정치참여를 빌미로 정치권을 이리저리 기웃거렸으며, 교회의 공공성이 붕괴되면서 공신력이 추락했다. 부패와 타락으로 윤리와 도덕이 붕괴되고 교회마저도 편법과 탈법이 판치는 현실이 됐다. 교회 안에도 개인 및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해 좌우가 갈리고 세대 간 갈등, 계층 간 불신과 불만으로 교회가 붕괴ㆍ방치되고 있다.

한국교회의 대다수 목회자와 교인들은 올해에는 교회가 사회의 빛과 소금으로서 존경을 받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2013년 공공성 회복의 기치를 내걸었다. 한국교회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고통스러운 자기성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뢰할 수 없는, 물질을 숭배하는, 영광받기 좋아하는, 무례하고 이웃을 배려하지 않는 기독교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한국교회가 스스로 영혼의 투쟁을 감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개혁실천연대ㆍ기독교윤리실천운동ㆍ바른교회아카데미 등이 주축이 되어 출범한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도 올 한해 활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교회세습을 근절하는 것이 교회의 공신력을 회복하는 첫걸음이라는 생각에서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교회세습이 권력화 된 한국교회의 정형화된 모습으로 교회갱신을 위해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라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각 교단마다 세습금지를 위한 입법운동을 목표로 세습인식여론조사, 세습단행본 출간, 정기포럼, 세습반대서명 및 서약운동, 사회와 교회의 여론형성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세습의 근본원인인 교회리더십 교체의 바람직한 방향 제시와 건강한 청빙문화 확산에 기여해 나갈 계획이다.

목회자들이 윤리ㆍ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올 한해 강하게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 발족을 공식 선언하고 한국교회목회자윤리선언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는 교세 확장과 대사회적 영향력 확대에만 골몰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중심에 목회자의 윤리 문제가 있음을 직시하고, 윤리위원회를 독립적인 상설기구로 설립해 목회자들의 윤리적 사명 수행을 돕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식 출범과 함께 목회자 윤리선언을 발표, 목회자들의 도덕성 회복을 위한 지표로 삼고 적극 실천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이들은 윤리선언에서 △교회에서 어떤 직책이나 지위를 얻기 위해 선거운동을 하거나 돈을 쓰는 일이 없도록 할 것 △교회가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목회자 스스로 정직 근면할 것 △현대사회의 온갖 유혹으로부터 자신과 가정과 교회를 지키는 순결운동에 앞장설 것 △자녀나 친족에게 담임목사의 자리를 대물림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과 세습 근절에 앞장설 것 등을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발표했다.

그리스도대학교 임성택 총장은 한국교회의 최대의 위기는 선교 대상과의 단절과 심각한 괴리현상을 고민하지 않는 무감각 증상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즉 사회와 사람들이 무엇을 힘들어하고 고민하고 아파하는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오직 교회 이기주의적 자기성장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궁극적 해답 없이는 교회성장 그 자체가 불가능하고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교회를 향하여 던지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은커녕, 그 사람들의 마음을 읽으려하지 않고, 겉으로는 동의하는 듯하면서도 사형(蛇形)의 논리에 기초한 교리적 답변을 반복하고, 심지어는 그들을 안티크리스챤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임 총장은 대형교회 건축, 교회세습, 목회자 납세 문제 등에서 교회는 교리적 반론보다는 그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이것이 실추된 한국교회 공신력 회복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교가 심리적,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바로 ‘신뢰’이다. 종교가 공신력을 잃고 있다면 사람들이 종교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지금의 한국교회는 미래의 성장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먼저 영성과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의 도덕성과 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영적ㆍ정신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다.

갈수록 사회적 공신력을 상실하고 있는 한국교회에 미래는 없다. 한국교회는 나눔과 섬김, 사랑의 실천이라는 기독교 본연의 자세로 시급히 돌아가야 한다. 이럴 때만이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경쟁력을 회복하고, 실추된 사회적 공신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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