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참여 지도자들 발뺌에 급급

기독교은행에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사과나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당시 기독교은행 발기인대회에 참여했던 한국교회 지도자들의 면면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지만, 이들 지도자들은 “법적 책임이 없다”며 발뺌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기독교은행사건은 한국사회복지뱅크 대표였던 강보영 목사가 “미자립 교회와 소외계층 지원을 목적으로 한 기독교 사회복지은행을 만들겠다”며 목사와 신자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수십억원의 돈을 받아 가로챈 사건이다. 검찰 조사 결과 280여명의 투자자가 이 사기사건으로 23억8000만원을 날린 것으로 드러났다.

강 목사는 2010년부터 일간지에 광고도 하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2010년 11월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기독교 은행 발기인 대회에는 무려 8000여명의 교인들이 모일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행사 팸플릿에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성공을 위한 기도회 및 한국사회복지금융 설립대회’라고 돼 있다.

당시 발기인대회에는 A단체 B목사, C단체 D목사, E목사, H목사 등 교계 원로들과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설교와 대회사, 격려사를 했다. 강 목사와 같은 노회에 속해 있던 L목사는 투자자 모집에 깊숙이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한 이들 교계 지도자와 목회자들은 기독교은행을 홍보해 주면서 반대급부를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강 목사는 당시 “기존 은행을 인수하거나 새 은행을 설립하는 방법으로 자본금 1조1000억원 규모의 제1금융 기독교 은행을 설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강 목사는 은행 설립을 위한 인적ㆍ물적 설비를 갖추지 않았고 당국에 은행 인수를 위한 절차를 진행한 적도 없다. 2011년 8월 구속된 강 목사는 징역 7년을 선고받고 춘천구치소에 복역 중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피해는 전혀 복구가 되지 않고 있다.

기독교은행 투자 피해자들은 피해자대책위원회를 설립하고, B목사와 D목사의 교회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피해자들은 당시 기독교은행 설립을 홍보한 목회자들이 한 번도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용찬 피해자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교계 지도자들이 금융계를 통해 하나님이 역사를 일으킬 것이라며 설립 대회 등 공식 석상에서 기독교은행을 홍보했고, 은행 설립에 많이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이름 없는 강 목사가 아니라 교계 원로들을 보고 투자했다. 장충체육관에서 기라성 같은 대형교회 목사들이 참석한 투자설명회를 보고 강 목사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법적인 책임은 없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목사들을 믿고 투자했다. 도덕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최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들 피해자들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남모씨는 4000만원을 투자했다 날린 뒤 매월 100만원씩 나가는 카드빚 때문에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자를 제때 못내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처한 남씨는 서울 가락시장에서 새벽마다 과일상자를 나르며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주부 표모씨는 이혼의 위기에 처했다. 표씨의 남편은 빚을 갚기 위해 낮에는 유통회사 직원, 밤에는 대리운전기사로 일하고 있지만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남편은 이혼을 요구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당시 기독교은행 투자를 홍보하고 독려했던 교계 지도자와 목사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계 안팎에서는 “기독교은행은 종교를 이용한 신종 금융사기였으며, 여기에 관련됐던 교계 지도자들이 도덕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피해보상에 나서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게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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