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입양아들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만든 입양특례법이 오히려 아이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입양특례법에 부담을 느낀 미혼모들이 탯줄정리도 안된 생명을 유기하는 사건이 증가추세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따라 기관 등에 아이를 입양 보낼 때 자신의 호적에 먼저 올려야 하지만, 미혼모로써 감당할 자신이 없기에 인면수심의 방법을 택한 것. <관련기사 5면>

국내외 입양아들의 ‘뿌리찾기’ 열풍이 분 가운데, 정부는 보다 편리하게 자신의 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입양특례법을 개정해 지난해 8월부터 시행했다. 하지만 복잡한 절차와 과정으로 인해 좋은 취지로 만든 입양특례법이 찬밥신세다. 입양아의 권리를 보호하고, 가족의 해체를 막겠다는 법안이 도리어 “입양특례법 때문에 아이를 버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미혼모들이 감당하기에 무리가 따르는 부분이 많다.

먼저 입양숙려제가 도입됐다. 입양동의는 아동의 출생일로부터 1주일이 경과한 후에만 가능하도록 했고, 입양기관은 입양 동의 전 친생부모 및 입양될 아동(13세 이상)에게 충분한 상담을 제공토록 했다. 아이를 낳자마자 입양하는 것을 사전에 막겠다는 생각에서 시행됐지만, 이는 곳 아이를 입양기관에 보내기 전에 버리도록 만든 원인이 됐다. 미혼모들은 아이를 호적에 올리는 대신 차가운 시멘트 위에 버리는 선택을 했다.

더불어 입양가정 사후관리를 기존 6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강화했고, 입양정보공개제도도 시행토록 했다. 친부모나 양부모나 신상공개가 불가피해졌다. 입양이 개정 입양특례법 시행 전보다 줄어든 주된 요인이다. 입양을 보내는 친부모나 이를 받아들이는 양부모나 자신들의 신상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가정법원 허가제 시행 및 양부모 자격이 강화됐다. 요호보아동을 입양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했고, 법원의 허가를 받아 입양된 아동은 민법 상 친양자와 동일한 법적지위를 갖도록 했다. 또 아동학대, 가정폭력, 성폭력, 마약 등의 범죄나 알코올 등 약물중독의 경력이 있는 자에 대한 양부모 자격을 제한했고, 양부모가 될 자는 입양 성립 전 입양기관으로부터 교육하도록 했다. 법원의 허락 없이는 입양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가뜩이나 입양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좋지 않은 가운데, 법원의 허락까지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입양을 아예 포기하도록 만드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새롭게 바뀐 입양특례법의 복잡한 절차는 입양에 대한 거부감만을 증폭시켰고, 친부모나 양부모나 입양에 대한 관심이 줄도록 만들었다. 결국 미혼모들이 아이를 유기하는 사건은 비일비재해졌다. 공식적인 입양기관을 찾기에는 미혼모들의 신분이 노출되기 때문에 ‘베이비박스’(아기들이 유기돼 안타깝게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부모가 아기를 놓고 갈 수 있도록 만든 보관함)를 통해 아이를 맡기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별한 절차가 필요 없고, 관계자를 따로 만날 필요도 없기에 몰래 놓고 가는 것이다.

실제로 베이비박스를 운영하고 있는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입양특례법이 시행된 뒤로 버려지는 아이의 숫자가 계속해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 시행 전 평균 2~3명이 버려졌던 것에 비해 법 시행 후 평균 10명 정도로 늘었다. 출생신고가 부담스러웠던 미혼모들의 선택이 아이를 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 최대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에 따르면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복지회에 맡겨진 아이의 숫자도 절반으로 줄었다. 월평균 66명 선이었던 아이들의 숫자가 절반인 33명 선으로 줄었다. 입양기관에 맡겨진 아이뿐 아니라, 입양을 결심하는 수치도 대폭 줄었다. 기존 법 시행 전 120건까지 의뢰가 있었던 것에 비해 법 시행 후에는 8월부터 11월까지 입양된 아이는 고작 2명에 불과했다.

아이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입양특례법이 아이들의 삶의 질을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아이들은 새로운 삶을 살 기회조차도 박탈당했다. 입양을 하려면 무조건 호적에 올리도록 한 법이 아이들을 모질게 버리는 미혼모들을 증가시켰다. 또 친부모나 양부모나 신상공개를 원칙으로 정해 입양에 대한 관심조차 짓눌렀다. 이에 입양기관 및 단체 등은 정부의 조급한 입양특례법 시행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제도적인 보완이 절실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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