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지난 11일 세계에 흩어진 한인기독교 디아스포라를 하나로 묶겠다는 취지의 세계한인기독교총연합회(이하 세기총)의 광복 69주년을 맞아 3박4일 여정으로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백두산기도회가 준비되어 함께 다녀왔다.

중국 연태를 거쳐 장백산공항에서 내린 후 버스로 2시간쯤 거리에 있는 이도백하의 한 호텔에 여정을 풀고, 우리 일행은 호텔서 남북통일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도착예배와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하나님아버지께 합심하여 기도를 드렸다.

둘째 날 아침, 백두산을 향해 버스로 약40분 정도를 달리는 동안 가이드는 우리의 마음을 차갑게 식힌다. 백두산 등정의 어느 장소에서도 현수막을 펼치거나 무리지어 기도회를 가지거나 집단행동은 불가능하니 삼삼오오 소그룹으로 또는 개인적으로 기도하라고 가히 강압수준으로 엄포를 한다. 우리가 어디 백두산 관광 왔던가. 아침 8시경에 백두산(중국 名, 장백산)북파산문 입구에 도착하니 일반적으로 생각하던 백두산 등반에 대한 나의 생각이 한 순간 깨진다. 종합경기장에 매표소에 분비는 인파처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의 무질서하고, 시끌벅적한 도떼기시장에 온 듯, 정신이 하나도 없다.

우리는 가이드의 말을 적당한 수준에서 무시하고, 백두산 정상에서의 기도회는 불가능하다고 하니 북파산문 입구에서 기도를 드린 후에 등반하고, 정상에서는 각자 기도드리기로 하고, 어제 호텔예배처소에 걸었던 현수막을 허리아래쯤으로 펼치고, 소리도 작게 서로서로 손을 맞잡고 남북통일을 소원하여 기도를 시작했다. 채 5분도 되지 않아 호각소리와 함께 공안들의 외치는 소리가 요란하여 기도를 멈추고, 눈을 뜨니 우리 현수막은 어느새 중국공안들의 손에 넘어 갔고, 10여명이 넘는 공안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지 않은가! 대단히 고압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윽박지르며 공안들이 가이드를 찾는데 가이드가 보이지 않는다. 살며시 겁도 나면서 순간 분노가 인다. 이게 무슨 형국인가.

우리말을 제법 잘하는 공안이 우리가 내건 [백두산 통일기도회]라는 현수막을 보고 “우리 장백산을 왜 백두산이라고 하느냐”고 큰 소리로 따진다.

생소하기만 하고, 어안이 벙벙하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백두산도 아닌 장백산에서 그리고 우리 땅도 아닌 자기네 땅에서 [남북통일기도회]를 하겠다는 우리가 한심하기 짝이 없는 무리로 보였을 법했다. 구한말부터 일제 강점기 동안 우리민족은 내 나라를 찾기 위해 중국을, 그 중에서도 만주를 중심으로 대일투쟁을 벌여왔다. 내나라 내 땅에서가 아니라 공산주의적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땅에서, 내 나라의 통일을 위하여 기도하려 하니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공안들이 몰려들고, 요란을 피우는 것이 아닌가!

나름 수습을 했는지, 공안에게 자술서를 썼다는 등의 협박과 공포를 반영하면서 가이드가 나서서 백두산에 올라가는 표도 주고, 방법도 설명한다.

우리는 한국에서부터 이 백두산에서 통일을 간구하는 기도를 드리기 위해 이곳을 찾았건만 우리 그룹이 한 곳에 모여 예배는 불구하고 기도회를 갖는 것도 아예 꿈도 꾸지 말라고 가이드는 험한 얼굴과 목소리로 엄포한다. 우리는 주눅이 들어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하면서 백두산 정상에 오르는 많은 무리들 속에 끼어 승합차에 짐 꾸러미처럼 실려 노련한(?) 운전자들의 묘기의 대상이 되듯하여 천지로부터 100여m 아래 주차장에 내렸다.

날은 8월12일, 우리는 8월 더위에 시달리다가 백두산에 올랐는데 이곳의 체감은 0℃이하인 듯싶다. 얼마나 추운지 바람막이를 가지고 올랐으나 매서운 바람과 추위가 엄습한다. 그곳에서 100위안(CNY)에 겨울 방한복을 빌려 입고(옷을 반납할 때 50위안을 돌려받는다)서야 백두산 천지에 오를 맘이 생겼다.
불과 높이 100m이지만 등선으로 이어진 길을 1Km쯤 따라 올라가니 교과서에서 보고, 영상으로만 보던 천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청명한 하늘과 먹물처럼 검은 천지의 수면이 맞닿아 있다. 가슴이 울컥 인다. 여기가 천지인가! “주여 이곳을 내나라 땅을 밟고 다시 걸어 올라오게 하소서. 주님 우리에게 통일을 주소서. 우리민족이 하나 되게 하소서” 바위난간 한 곳을 붙잡고, 소리 죽여 고개를 숙이고 주께 기도드린다.

군대에서도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을 흘려 본적이 없는데 천지(天池)에서 소리죽여 애국가를 부르는데 왜 눈물이 나는가? 눈물이 흘러 입가를 적시도록 눈물로 애국가를 숨죽여 불렀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만세…”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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