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 신 묵 목사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인 중추절이다. 오곡백과가 탐스럽게 익어 고향을 찾는 귀성객을 향해 손짓한다. 바리바리 싸든 선물보따리가 무겁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에게 달려가는 발걸음은 가볍다. 부모님을 만나는 아들, 딸들의 미소, 손자손녀를 기다리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함박웃음, 친지와 친구들의 설레는 마음. 동네 방방곡곡 담을 타고 넘나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누구나 민족 최대 명절인 중추절을 기다리는 이유다.

올해도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으로 각 가정마다 화평이 넘치는 명절이 되길 소망한다. 천태만상의 고민거리는 잠시 접어두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고향길에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쁜 일상에 잘 찾아뵙지 못한 죄송함을 덜고,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고 오직 자식 잘되기만을 바랐던 부모님의 주름진 손을 꼭 잡아주는 시간이 되길 희망한다. 멀리 떨어져 서로의 안부만 가뭄에 콩 나듯이 물었던 형제자매의 우애를 돈독히 다지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단순히 겉치레가 아닌,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재확인하는 소중한 기회로 삼길 원한다.

무엇보다 크리스천들이 화해와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간혹 즐거운 명절을 종교적 문제로 인해 망치는 경우가 일어나곤 한다. 특히 조상께 드리는 제사문제로 화목해야할 명절이 분열과 갈등의 장으로 전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물론 교회를 출석하는 교인된 입장으로 절을 하거나, 제사를 지내는 모습에 쉽게 동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무턱대고 제사를 지내는 가족들과 대립각을 세울 필요는 없다. 아무런 이유 없이 제사를 지내는 가족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서는 안 된다. 크리스천들이 분열을 조장하고, 가족 간의 화평을 깰 주도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왜 절을 하지 못하는지 정중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또 가족 중에 기독교를 믿지 않는다고 해서 괄시하거나 멸시할 필요는 없다. 크리스천들이라면 그들을 진정 하나님의 품으로 올 수 있도록 느리면서도 온화한 마음으로 감싸줘야 한다. 무조건적인 전도형태로 밀어붙이지 말고, 아름다운 언행으로 스스로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각 교회에서도 명절을 맞이해 특별집회나 부흥집회를 억지로 만들어 교인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지 말고, 고향을 찾는 발걸음이 가볍도록 화해자와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타일러야 한다. 실제로 몇몇 교회들은 명절을 맞이해 특별집회를 일부러 만들어서 참여하는 교인들은 참 신앙을 가진 교인이고, 참석하지 않는 교인들은 믿음이 부족하다는 어불성설을 늘어놓고 있다. 이는 모 단체에서 명절을 맞이한 교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특별집회가 부담이 된다”, “명절임에도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등 답변을 내놓으며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을 살펴봐도 옳지 않은 처사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민족 최대 명절을 단순히 조상께 제사를 지내는 날로만 치부하지 말고, 가족 간의 화목을 도모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교인들을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게 막기보다는 적극 권장해 한 가정이 믿음의 가정으로 거듭나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명절과 겹치는 주일에는 고향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도록 권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014년 중추절을 맞이해 모든 크리스천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고향에 내려가 친지친척들과 오순도순 이야기하고, 그동안 못 나눴던 고민거리도 나누면서 훈훈한 명절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중추절 아침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이 방방곡곡 모든 가정에 흘러 넘치기를 기도한다.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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