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 순 임 목사
“한국교회는 복음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 교회의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교회 스스로 자기비판과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부정적인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아 자신을 성찰하고,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얼마 전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월례 발표회에서 나왔던 발제 중 일부분이다. 듣고 보면 모두 맞는 말이다. 작금의 한국교회는 분명 개혁과 갱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말로는 개혁과 갱신을 외치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교회와 지도자들은 몇이나 될까 의구심이 든다. 오히려 누구보다 개혁과 갱신에 앞장서야할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쉬쉬하면서 현실에 안주하지는 않는지 되묻고 싶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인해 한국교회의 위기의식은 그 어느 때 보다도 팽배한 상황이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교황의 방한으로 성도수가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교황의 방한을 둘러싸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 때문이다.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분명 한국교회의 현 상황만을 바라보면 교인수 감소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낮은 자들을 향해 섬김의 본을 보여준 교황의 모습에 일반인들은 물론, 성도들까지 마음이 흔들렸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한다면, 자업자득인 셈이다.

그러나 줄어드는 성도수 감소를 주머니에 손을 넣고 구경만 하고 있을 순 없다. 잠시 방황하고 있지만, 훌훌 털어버리고 일어서야 한다. 세계교회가 부러워할 만큼 무한성장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라는 말이 아니다. 초기 한국교회가 보여줬던 낮은 자를 향한 섬김의 본을 보여줬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끝없이 추락한 한국교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쿨하게 인정하는 동시에 고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교회 스스로 철저한 자기반성과 함께 새롭게 거듭나려는 의지를 표출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스스로에게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한국교회 부흥과 성장의 주체들이 솔선수범해 과오를 인정하고, 본질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때로는 교회성장에, 때로는 권력과 재물에 잠시 한눈을 팔았던 잘못을 인정하고, 주의 종으로서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바라보며 목회를 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해야 한다. 약속을 했다면 어떻게든 지키도록 경건과 절제의 삶을 살아야 한다. 세속적인 권력과 재물에 더 이상 함몰되지 말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나눔과 섬김에 깊이 빠져야 한다.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솔선수범을 보이면, 뒤이어 한국교회 전체 목회자들에게 초기 한국교회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불처럼 번질 것이다. 단순히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에 옮길 때 한국교회는 과거 낮은 자들을 위한 든든한 동반자로서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 바닥까지 실추된 한국교회의 위상도 화려하게 빛날 수 있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교회의 앞날은 캄캄하다. 중세 유럽교회의 몰락을 익히 알고 있듯이 그들의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단지 성도수가 줄어든다는 위기감을 넘어서 한국교회 존재여부가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비판과 반성을 통해 온전하게 거듭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권력과 재물을 위한 분열과 갈등의 굴레에서 벗어나 화합과 일치로 하나되는 한국교회로 세워져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으로 성도들이 감소할까봐 두려워하기보다, 한국교회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 생각할 때가 아닌가 싶다.

예장 열린총회 증경총회장ㆍ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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