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인류의 문명은 큰 강(江)을 끼고 발흥하고, 발전하는 역사를 가졌다. 인류 4대 문명의 발상지가 모두 큰 강을 배경으로 삼아 일어났고, 발전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 문명들은 모두 엄청난 큰 강과 함께 잦은 홍수와 물의 범람으로 인해서 강으로부터 쓸려 내려오는 비옥한 토질을 가진 곳에서 문명이 일어난 특징을 공히 가지고 있다.

고대의 세계적인 4대 문명이 일어난 BC 4~3천년 경을 전후한 시기에는 농사기술이라고 할 것도 없을 만큼 농업기술이 없던 시절이기 때문에 씨를 뿌리는 것만으로 곡식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 즉 비옥한 토지와 아열대성 기후가 최적의 요건이었을 것이다.

황하(黃河)를 끼고 발전한 중국(황하) 문명, 인더스 강을 배경으로 발전한 인도(인더스) 문명, 나일 강에서 발흥하여 발전한 이집트 문명, 그리고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을 배경으로 발전한 메소포타미아 문명, 모두가 큰 강을 배경으로 발전한 고대 세계 4대 문명이다.

그뿐 아니다. 고대 국가들도 대부분 강을 끼고 일어났다.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을 끼고 일어난 바벨론, 앗시리아, 페르시아 등 고대의 대 제국들이 다 강을 끼고 일어났고, 동양의 중국과 주변 국가들이 다 강을 끼고 도읍을 정하고 국가가 일어났다.

우리나라만 해도 고려가 대동강 변 평양에 도읍을 정하였고, 한강을 배경으로 조선의 도읍지 한양(漢陽)이 건설되었다.

20세기 대표적인 국가부흥의 상징인 독일의 재건과 부흥을 라인강의 기적이라고 하고, 20세기 말의 한국의 부흥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도 상통하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히브리문명은 보편성을 거부한 채, 유대광야에서 건국되고, 발전한 독특한 문명이 다. 오히려 히브리 문명은 노아 이후의 인류가 정착한 시날 평지의 중심도시 갈대아 지방의 우르 즉 티그리스, 유프라데스 강 유역에서 일어난 메소포타미아문명을 떠나 강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하천(河川) 조차 없는 광야(廣野)에 자리를 잡게 하고, 그곳에서 일어난 독특한 문명이다.

강을 끼고, 강을 근거로 일어난 보편적 인류문명들은 인류가 거처하며, 삶을 영위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가진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일어난 문명들이라면, 광야의 문명은 자연과 인간의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통치와 섭리에 따라, 하나님을 의지하여 일어난 문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강을 의지하여 일어난 문명들이 인간문명이라면 사막과 광야에서 일어난 문명은 하늘의 문명이라고 하면 억지스러운가.

옥답(沃畓)은 하늘을 바라보지 않고, 사철 흐르는 물과 관계시설을 통해 농사를 짓는다. 그렇지 못한 논과 밭도 있다. 그런 밭과 논을 천수답(天水畓)이라고 부른다. 천수답은 하늘만 바라보는 논과 밭이다. 이른 비와 늦은 비를 하늘이 주지 않으면 농사지을 수 없는 땅이다. 이런 땅과 지형에 사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하늘을 의지하는 신앙을 갖게 된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던 조선(朝鮮)과 그 이전 사람들은 가뭄과 한파를 극복하기 위하여 하늘을 감동시키는 기우제를 생각해 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람이 거주하기에는 가히 불가능해 보이는 절대 삭막한 광야에서 오로지 하나님만을 의지하여 일어난 문명이 히브리 문명이다. 자연과 사람을 의지한 문명이 최상의 환경 속에서 일어나고, 문명을 화려하게 꽃피우나 유한함에 비추어 하나님을 의뢰한 문명은 척박하고, 인간의 한계 앞에서 무력하고, 또 절망하지만 하나님의 무한하심처럼 그 문명과 역사성의 무한함을 일러 교훈한다.

인간의 진면목을 바로 알고 발견할 때, 하나님을 좇는 인간 최상의 진정한 문명을 이룰 수 있고, 인간의 한계를 자성(自省)하는데서 신앙적인 영원을 추구하게 된다. 큰 강을 끼고 일어난 인간 중심의 문명은 화려하게 일어나지만 쇠퇴하고, 사막과 광야에서 일어난 하나님 중심의 문명은 멈출 줄을 모르고 이어지고, 심화(深化)되어 간다.

히브리 문명은 열악하고, 무능하고, 약한 인간의 됨됨이를 고백하고,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 가운데 받은 지혜와 능력을 힘입어 구원의 문명이 일어났다.

신명기 7장 7절 말씀이 이를 뒷받침하신다.

“여호와께서 너희를 기뻐하시고 너희를 택하심은 너희가 다른 민족보다 수효가 많기 때문이 아니니라, 너희는 오히려 모든 민족 중에 가장 적으니라”

바벨탑사건이 인간의 어리석은 유능(有能)함과 하나님 앞에서의 무능(無能)함을 적나하게 보여 주고, 인간들의 끝도 없는 바알숭배의 욕망에 대해 광야에 이스라엘이 되기를 바라시는 주의 뜻을 듣는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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