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한국교회는 지난 130년의 한국선교역사는 절대빈곤과 나아갈 방향성을 잃은 조선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을 심고, 전쟁의 극단적 실의와 좌절에 빠져버린 헤아릴 수 없는 영혼을 구원하고, 지금도 1천만을 헤아리는 그리스도인을 품고, 2만5천을 넘는 선교사를 파송하는 놀라운 은총을 누렸다.

그간 민족적으로, 국가적으로 질고의 세월과 풍랑을 해쳐 오면서도 교회는 이 땅의 근대 학교를 세우고, 학문을 전파하는 등의 교육사업, 의료선교사 알렌을 통해 세워진 제중원을 시작으로 의료사업의 기초를 놓고, 가꾸어 오면서 복음화의 기틀을 마련한 공로에 대해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지만 오늘의 시류가 반기독교적이고 비판적이고 또는 거부반응이 강하게 일고 있다고 해도 역사는 역사로서 기술되어야 함이 옳을 것이나 비(非) 또는 반(反) 기독교적인 교과서 저술자나 출판사들은 기독교의 기여한 일과 업(業)과 공(公)에 대하여 덮으려고 하고, 의도적으로 폄하하고 있는 현실임을 우리가 직시하는 바다.


이는 사실 자업자득(自業自得)의 결과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오늘의 기독인으로서, 목사로서 회개와 함께 두려움에 몸을 떤다.

초기 한국의 선교사들이 기독교의 신앙전파와 함께 가난한 백성들에게 민족정신과 독립정신을 고취시켜 대표적으로 3.1 독립운동 등을 주도하게 하였고, 조선민중으로서 조국과 역사바로세우기, 근대 한국역사를 주도하였다.
 

선교사들과 1세대 목회자들이 심어준 신앙정신이 민족정신과 자유민주주의 토양의 자양분이 되었고, 오늘의 한국기독교회를 세우기에 충분했다.

조국근대화와 경제 중흥(中興) 기를 맞으면서 그 시대정신을 기독신앙정신이 주도하지 못하고, 교회가 시대와 상황에 편승하여 ‘기복신앙’과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의 비성경적인 ‘하나님의 뜻’을 내세워 천박한 교회요, 천박한 목소리를 내는 ‘목레기’(목사+쓰레기)(목사를 비하하여 쓰는 시쳇말)로 전락해 버렸다.

‘꿩 잡는 게 매’라는 말이 있다. 크기와 시설에서 궁궐 같은 예배당을 짓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많이 모으면 훌륭한 목사인줄 알았던 때가 있었다.


재정장로가 자살을 하고, 정권의 비호(庇護)를 받지 않고는 교권(敎權)을 유지할 수 없을 지경이 되어도, 튼튼한 자금력을 가지고 회포를 부리고, 말씀 없이 살아도, 훌륭한 목사인줄 알았다. 뭔가 있으니까 사람이 모이고, 그런 큰 교회를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해서 그분들을 대하는 일에 삼가 조심했다. 정부가 기독교를 쉬운 집단으로 보고, 또 교회가 그렇게 쉽게 보도록 행동한다.

저급하고, 천박해도 천박해진 줄도 모르고, 낄낄거리며 강단에서 천박한 언어와 몸짓으로 코미디언처럼 떠들고, 가볍게 행동하고, 시시덕거린다.

지나치게 가벼워진 교회, 예수님이 아닌 세상을 닮아가려고 문턱을 낮추고 낮추는 노력을 하다가 아예 문턱을 없애는 일에 성공했는가 싶더니 교회와 세상과의 경계선도 함께 사라져 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경영이론과 서구실용주의가 거침없이 예배에 접목되면서 예배의 현장이 콘서트장이 되어 버렸다. 세상과 똑 같아진 교회를 지치고, 소외되고, 외롭고, 세상을 버거워하는 사람들이 찾아올 이유가 무엇인가. 세상의 사람들이 교회로 오게 하려면 교회는 결코 세상과 같거나 닮은꼴이 되어서는 안된다. 교회는 세상과는 뭔가 달라도 많이 다른 곳이어야 한다. 목사와 그리스도인들의 생각과 가치관과 삶의 태도 등, 뭔가 달라야 한다. 교회와 목사들, 강단과 성도들의 삶이 성경적 예배와 말씀의 본질로 돌아가 회복해야 한다. 교회를 세상같이 되게 하고, 목사가 세상의 생활인들과 같이 되려고 하지 말고, 세상을 말씀으로 바꾸려고 해야 한다. 더 이상 미적 거릴 수가 없을 만큼 다급해 졌다.

공신력도 잃어버리고, 천박한 소리를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거침없이 내뱉는 목사와 교회가 세상과 다른 교회의 정체성을 회복해야만 한다. 그것은 원리의 회복으로만 가능하다. 원리 회복의 외침만이 아니라 회복된 삶을 살아야 한다. 다시 춥고 냉한 기도실을 찾아 들어가야 하고, 외롭고 가난한 교회와 목사로 돌아가야 한다.

500년 전 유럽의 종교개혁자들이 외쳤던 ‘아드 폰테스(Ad Fontes)’를 외쳐야 할 때다. 근본, 근원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것은 분명 선교 130주년을 맞은 한국교회를 향하신 하나님의 엄위하신 명령이다.
 

선교130년을 맞은 한국교회는 학술세미나, 기념대회, 축하잔치 등 여러 가지 행사도 해야 하겠지만 어디에부터,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말씀으로 무섭게 직면하고, 잘못된 신앙, 신앙관, 의식들을 통렬히 반성하고, 주 앞에서 회개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한국선교 130주년, 제100회 장로회 총회가 사람 앞에서 소란만 피우는 행사가 되고 말면 정말 소망이 없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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