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신 목사
성추행 사건으로 인해 논란이 되어 삼일교회에서 물러난 전병욱 목사 사건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삼일교회의 전·현 교인들이 전 목사가 저지른 성범죄 사실과 관련된 성추행 피해자들의 증언을 엮은 ‘숨바꼭질’이라는 책을 발간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8명의 피해자들은 한 때는 스타목사였던 전 목사의 불편한 진실을 낱낱이 고발하고 있다.

전 목사는 당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사과문을 게재하고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삼일교회도 사임했다. 그러나 얼마 동안의 자숙기간을 가진 뒤 홍대새교회를 세워 목회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비단 전병욱 목사 사건뿐 아니라 교회내 성추행 사건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교회 내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의 경우, 대부분 피해자들은 신앙심이나 목회자에 대한 경외심 때문에 성추행을 당해도 그것이 범죄행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강했다.

가해자는 바로 이런 심리를 이용해 교묘하게 여성도들을 농락해 왔고 또 피해자가 그 사실을 알아도 감히 주의 종을 법정에 내세운다는 것이 신앙에 위배된다는 정신적 압박감을 받기 마련이었다.

교회내 성추행 문제를 다뤄온 관계자들의 상담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 목사들은 ‘주의 종’을 잘 대접해야 하고 존경해야 하며 목사의 말은 곧 하나님의 뜻이므로 이에 성도들은 무조건적으로 따르도록 강요한다고 한다.

만일 목사의 요구를 거절하면 이는 곧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것과 같다는 궤변으로 성도들을 현혹시키고 세뇌시켜 올바른 판단력을 마비시켜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성도들의 신앙심을 이용해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온 목사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현재 드러난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실제로 피해자들이 숨기고 은폐시킨 교회내 성추행 문제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 선 것으로 보인다.

성추행은 이미 사회 문제화 되었고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도 크게 강화되었다. 직장내에서 성추행 예방과 방지를 위한 교육도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터에 유독 교회에서만이 이런 문제를 언급조차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시대를 모르는 무지의 소치이다.

갈수록 신앙심을 이용한 교회내 성추행이 증가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이제 좌시해서는 안될 시점에 와 있다는 사실을 목회자 성도 모두 깊이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교회내 성추행 방지를 위한 대책을 세우고 철저한 성추행 예방교육을 시행해 나가야 한다. 교회내 성추행은 은폐되기 쉽고 또 폭로가 되어도 일방적으로 목사를 비호해 주거나 그냥 넘겨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제는 더 이상 이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이제 성추행만큼은 교회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교회내 성추행은 목회자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성도들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 그런 만큼 성도들도 무조건적으로 목회자의 말에 순종하려는 태도보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하며 목회자들에 대한 윤리심도 한층 강화시켜 가야 할 필요가 있다.

교단에서는 목회자들의 성추행 예방 교육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처벌규정도 강화해서 비도덕적인 목회자는 과감하게 교회에서 추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장 통합피어선총회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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