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평가 등을 이유로 세워진 지 43년 만에 철거된 김포 해병2사단 애기봉 전망대 등탑과 관련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한민구 국방장관이 “충분하고 사려 깊게 검토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애기봉 등탑이 철거돼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 국방장관으로서 예하 부대를 충분히 감독하지 못한 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한 국방장관은 지난 3일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애기봉 등탑 철거 문제가 거론되자 이같이 밝히고, 정부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철거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사과의 입장을 피력했다.

덧붙여 한 국방장관은 “애기봉 등탑은 북녘 동포들에게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 가치를 전해주는 의미 있는 탑”이라고 평가하고, “많은 억측이나 우려를 일으킨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애기봉 등탑의 재건립을 위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먼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이하 한기총)는 지난 16일 ‘애기봉 십자가 등탑을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세우기로 결정하다’란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독교계와 사전에 어떠한 합의도 없이, 안전상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국방부가 등탑을 철거한 것에 대해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대단히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 “대한민국 기독교의 대표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사안의 중대성을 논의한 끝에 철거된 애기봉 십자가 등탑을 대신할 등탑을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기총은 등탑건립추진위원장에 직전 대표회장인 홍재철 목사를 임명하고, 건립되는 등탑이 통일이 되고난 후에도 상징적인 의미로 남을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히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기총에 이어 기독민주당(대표 박두식 목사·이하 기독당)도 3일 성명을 내고 애기봉 등탑을 다시 세우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독당은 성명을 통해 “60여년 동안 십자가 불빛을 밝혀왔던 애기봉 성탄트리는 기독교 신앙의 상징인 동시에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한민국 헌법정신의 구현”이라며, “남북한과 전 세계의 평화. 종교의 자유를 위해 애기봉 등탑을 다시 세우겠다”고 피력했다.

기독당은 5일 범기독교 애기봉 성탄트리 재건축추진위원회 준비모임을 통해 구체적인 재건축 절차를 논의할 방침이다.

한편 국방부의 발표에 따르면 종교를 넘어 평화의 염원을 상징했던 애기봉 등탑은 각급 부대의 대형시설물 안전진단 결과, 지반이 약한데다 철골이 노후돼 쓰러질 위험이 있는 D등급 판정을 받아 붕괴시 일반 관광객의 안전을 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지난 10월 15일부터 16일 양일에 걸쳐 철거됐다. 이후 종교 및 시민단체에서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에 보고하지 않고 철거한 것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는 등 비난의 수위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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