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서 영 목사
모 일간지에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최근 한 신문배달원이 죽음의 문턱에 이른 독거노인을 살려 화제가 됐다는 기사가 났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지만, 이러한 선행은 우리나라도 벤치마킹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작금의 한국사회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독거노인들이 아무도 모르게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이들은 부모자식 간의 연마저 끊어진지 오래고, 하루하루를 추운 골방에서 덜덜 떨며 삶을 연명하고 있다. 국가에서 노령연금으로 나온 돈은 한 달 월세를 내고나면 남는 게 없다. 그래서 추운 겨울임에도 보일러 한번 제대로 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추위보다도 더욱 이들의 마음을 허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고독감, 외로움이다. 남편이나 부인과 사별하고 난 뒤에는 더욱 외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버젓이 자식들이 있는데도 남보다 못한 처지다. 잘해야 1년에 한 번 방문하거나, 그마저도 귀찮아 아예 연락을 끊고 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자식들도 이런데 그 누가 이들을 보살펴 준다는 말인가.

한국사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야박해졌는지 가슴이 먹먹하다. 누구보다 소외된 이웃을 위해 온정을 나눴어야 하는 목회자로서 먼저 송구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덧붙여 이제부터라도 한국교회가 먼저 나서 이들의 메마른 손을 따뜻하게 감싸줬으면 한다.

앞서 일본의 사례처럼 우유배달원이나 신문배달원이 아닌, 크리스천으로서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사랑을 실천에 옮겼으면 한다. 특별한 날이 아닌 매주 구역별로 소외된 이웃들에게 다가가 말동무도 해주고, 어르신들이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반찬도 나누는 등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때로는 어르신들과 집 앞 공터라도 같이 산책을 나가고, 세상 돌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독거노인들은 추위와 배고픔보다도 사람과의 관계 단절로 인한 외로움이 더욱 가슴 아픈 현실이기에 큰 도움이 된다. 말 그대로 어르신들의 자식 같은 역할을 하면 된다. 덧붙여 복음까지 전한다면 일석이조다. 다시말해 일본의 신문배달원이 독거노인의 목숨을 건졌다면, 한국에서는 복음배달원이 이들의 영혼을 구원하는 셈이다.

교회에서도 이러한 사역에 예산을 적극 편성해 단 한분이라도 소홀함이 없도록 애써야 한다. 그들이 교회로 발길을 돌리기를 바라지만 말고, 스스로 그들의 집에서 예배를 드리거나 지역 어르신 초청 특별잔치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다. 단순히 전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어르신 공경을 교회가 먼저 실천에 옮기자는 말이다. 직접적으로 교회에 출석하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한다면 어르신들은 스스로 교회의 문턱을 넘을 것이다. 각 교회별 사랑실천도 중요하지만, 이왕이면 지역 교회들이 뜻을 하나로 모아 보다 체계적이며,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어르신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애쓰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특정 교회만이 이웃사랑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는 칭찬이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의 이미지 제고에도 효과적이다.

2014년도 어느덧 한 달 남짓 남았다. 각 교회별로 성탄절과 송구영신 예배 등 막바지 행사를 위해 바쁘겠지만, 그에 앞서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사랑실천에 남은 한 달을 헌신했으면 한다. 더불어 각 교회마다 올해 이웃사랑에 소홀했다면 내년에는 특별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주변의 외롭고 고독한 이웃들을 위한 사역에 매진하길 바란다. 새해 목회계획도 전도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진정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를 퍼트리는 사역에 무게중심을 뒀으면 한다.

예장 합동개혁 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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