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김영주, 교회협)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 한기총)가 오는 10월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 총회를 앞두고 공동선언문을 채택하는 등 WCC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한국교회의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두 단체는 지난 13일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WCC 개최와 관련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기자회견에는 김삼환 WCC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과 길자연 WEA 준비위원장도 참석했다.

두 단체는 "2013년 WCC 부산 대회 개최에 대한 보수 교단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공동선언문을 발표한다"고 했다. 이어 2014년 서울에서 열리는 WEA(세계복음연맹) 총회도 상호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선언문에는 한기총 대표회장 홍재철 목사, WEA총회 준비위원장 길자연 목사, 교회협 총무 김영주 목사(WCC 총회한국준비위원회 진행위원장), WCC 총회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장 김삼환 목사가 각각 서명했다.

이들은 “그동안 한국교회는 세계선교 역사상 유례가 없이 짧은 시간에 눈부신 부흥의 역사를 일으켰고, 이는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것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WCC 총회 개최를 앞두고 한국교회 안에 불협화음이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하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회협과 한기총은 2013년 WCC 부산 대회를 앞두고, 대회 개최에 대한 보수교단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하여 공동선언문을 선언한다”고 덧붙였다.

공동선언문에서는 종교다원주의를 배격한다고 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 외에 구원이 없음을 천명했다. 예배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의 주라고 고백하는 자들만의 성령으로 말미암아 드릴 수 있는 행위임을 고백하고, 초혼제와 같은 비성경적인 종교혼합주의 예배 형태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천명했다.

또한 공산주의, 인본주의, 동성연애 등 복음에 반하는 모든 사상을 반대한다고 했다. 또한 개종 전도 금지주의에 반대하고 ‘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의 증인이 되라’(행1:8)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세대와 지역과 나라와 종교를 막론하고 복음 증거의 사명을 감당할 것을 천명했다.

또한 성경 66권은 하나님의 특별 계시로 무오하며 신앙과 행위의 최종적이고 절대적인 표준임을 천명했다.

공동선언문에는 또 “한기총 산하 모든 보수교단은 WCC총회한국준비위원회가 개최하는 2013 WCC 부산 대회를 이해하며 이 대회가 하나님께 영광돌리기를 바란다. 아울러 한기총과 교회협은 2014년 WEA총회 역시 성공적인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할 것임을 선언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관련기사 5면>

교회협과 한기총이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WCC 부산총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하기로 함으로써 오는 10월 열리는 WCC 제10차 총회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공동선언문 채택은 WCC 부산총회 유치 후 한국교회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극심한 혼란과 논란에 휩싸여 왔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WCC 반대운동 기류가 한기총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색채의 여타 단체들과 개별 교단들에서 광범위하게 전개되어온 점을 감안할 때 이번 공동선언문 채택으로 인한 또 다른 논란과 후폭풍이 제기되지 말란 법도 없다. 이는 WCC 부산 총회까지 9개월 남짓 남아 있는 기간 동안 한국교회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13일 기자회견장에서는 한기총이 지속적으로 WCC 반대운동을 벌여왔기 때문에 선언문 발표 직후 홍 대표회장에게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한 기자가 “지난해 10월 한기총 임원회에서 WCC를 이단을 넘어선 집단으로 규정했다”고 하자, 홍 대표회장은 “그 당시에는 그것이 맞았다. 지금은 공동 선언문에 나온 것이 맞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기자는 “합의 내용이 실질적인 구속력과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었다. 홍 대표회장은 “한국교회가 찢어지는 모습을 보여 주면 안 된다. 하나 됨을 위해 기도하고 준비하면서 노심초사 끝에 이 문제를 결단했다.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했다.

길자연 목사는 “WCC 총회는 종교 대회 차원을 넘어 국가적·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연합 사업 차원에서 이 대회가 치러지는 게 옳다”고 했다. 그는 공동 선언문 채택과 관련해 “홍 대표회장이 결단하고, 김영주 총무와 더불어 합의를 하자고 내가 제안한 것이다. 선언문은 극히 성경적이고, 하나님 중심적이라고 자부한다”고 설명했다.

14일 열린 제24-1차 한기총 실행위원회에서도 WCC 대회 공동선언문 발표는 뜨거운 감자였다. 공동선언문 발표를 만장일치로 추인하기는 했지만, 몇몇 총대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실행위원은 “대표회장이 연합을 위해 애쓰는 것은 찬사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한기총은 그동안 보수신앙을 지키며 WCC 반대를 고수해왔다. WCC의 브랜드는 좋지만 한기총의 역사적 정체성은 고수해야 맞지 않나”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총대들은 이번 공동선언문에 ‘하자가 없다’는데 동의했다.

홍재철 대표회장은 “오늘 신문에서 한기총이 WCC 대회 공동선언 한 것을 보고 당황해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한국 교회 전체가 합의한 이 선언문은 영어로 번역돼서 WCC 총회로 간다. WCC 총회가 이 선언문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총회는 부산에서 치루지 못할 거고, 받아들이면 총회는 한다. 이 선언문은 WCC 총회 석상에서 낭독될 것이며, 이로서 WCC도, 한기총도, 교회협도 복음주의자가 되며 좌파도 진보도 없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공동선언문은 17일 교회협 제61회 1차 실행위에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선언문이 포함하고 있는 내용 중 ‘개종전도 금지주의 반대’는 WCC가 추구하고 있는 선교에 대한 입장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이번 부산 총회에서 채택될 WCC의 새로운 ‘선교선언문’은 ‘오늘날의 세계는 종교적 정체성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점철돼 있고, 이런 상황에서 전도는 개종 전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제82항)라고 지적하고 있다.

모 교수는 “WCC를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개종 전도 금지주의를 반대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13일 오후 명성교회에서 열린 WCC 제10차 총회 준비를 위한 전진대회에서는 교회협과 한기총의 공동선언문이 발표된 터라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다. 전진대회에서는 2013년을 제10차 WCC총회의 해로 한국교회와 세계교회 앞에 선포했다.

한국준비위원회는 “세계교회가 신학적 관점과 이해에 차이를 넘어 성령 안에서 하나를 이루자. 한국교회에는 생명과 정의, 평화를 위한 WCC총회가 되도록 더 많은 교회가 함께 준비하고 기도하자”고 제안했다.

대표대회장 김삼환 목사는 설교에서 “하나님께서 WCC총회를 한국교회에 허락하신 것은 패역한 시대에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 있기 때문”이라며 “WCC총회를 계기로 우리 민족과 아시아, 전 세계 인류를 위해 복음을 전하고, 섬김을 실천하자”고 전했다.

전진대회에서는 5천명 규모로 확대된 한국준비위원회 1차 명단이 발표돼, 이에 따른 임명장 수여식이 진행됐다. 준비위는 1월 내 2차 명단을 추가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전진대회에 참석한 최광식 문광부장관은 출입국과 교통, 안전문제에 정부 차원에서 적극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국회는 올해 예산안에 WCC총회 지원을 위한 예산 20억원을 배정한 바 있다.

WCC는 전 세계 140여개국, 349개 교단, 5억 8천만 신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매 7년 마다 총회를 열어 세계교회의 방향성을 정하고 있다. 이번 부산총회에서는 한반도 평화 의제도 심도 있게 논의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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