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역사란 단순히 지난 일의 자취를 모아놓은 자료가 아니다. 지난날의 자취를 뒤돌아 살펴보고 오늘을 점검하고 내일을 바로 세워 나가는 창조적인 작업이다. 그러기에 역사를 어떻게 보느냐는 관점이 중요하다. 이른바 사관(史觀)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 역사를 보는 사관에 따라 지난 반세기의 우리 역사가 자랑스러운 역사가 되기도 하고, 부끄러운 역사가 되기도 한다.

세월호나 그 어떤 특정한 일로 조국을 등지고, 슬픈 이민(移民) 길에 나서는 이가 혹 있을 수 있으나 우리는 민족적으로 이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내 나라가 자랑스럽고, 당당하고, 혹 부끄러운 일이거나 부족한 것은 우리가 힘을 다해 회복하는 그런 국민의식, 역사의식으로 무장해야 한다.

문제는 지난 우리의 현대역사를 부끄러운 역사,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대한민국으로 보는 사관을 지닌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에 놀란다. 이런 좌 편향적 역사관을 바로 세워 나가는 일이 우리 그리스도인이 그리고 교회가 할 일 중의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부끄럽고 지워야할 역사가 아니라 후손들에게 당당히 물려주어야 할 자랑스러운 역사란 인식으로 바로 세우는 일은 교회가 국가와 대 사회를 향하여 감당해야할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을 갖는다.

한국 근현대사에 관한 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인 석학인 미국의 브루스 커밍스(Bruce Cumings)(노스웨스턴대학 정치학과 교수) 교수가 쓴 『한국전쟁의 기원』이란 책의 머리글에서 1950년대의 한국을 이렇게 그린다.

“1953년, 한반도는 잿더미가 되어 있었다. 남쪽의 부산에서 북쪽의 신의주에 이르기까지, 한국인들은 죽은 자들을 묻고, 잃은 것들을 슬퍼하면서, 그들 생애의 남은 것들을 주워 모으느라 여념이 없었다. 수도 서울에서는 콘크리트와 파편이 뒤범벅이 된 길가에 텅 빈 건물들이 마치 해골처럼 서 있었다. 수도 주변의 미군 병사(兵舍)에는 수많은 거지들이 외국 군인들이 내버리는 찌꺼기를 줍고자 모여들었다…”

우리는 이런 암담한 형편과 처지를 딛고 일어나 오늘에 이르렀다.

50년대 말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의 국민소득을 가졌던 아프리카 서부의 가나[Ghana]가 있다. 지금의 가나는 국민소득 1600달러인 것과 우리 대한민국이 차이가 벌어진 만큼 우리는 지난 반세기에 위대한 업적을 쌓아 올렸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부끄러운 사연도 있었고, 아픈 사연의 속살이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렇다고 우리 역사자체를 부끄러운 역사로 보는 패배적인 인식은 바로 잡아 나가야 할 심각한 과제이다
고등학교 근·현대사 국사 교과서의 좌편향 기술에 대한 논란의 문제는 실로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의 핵심은 고등학생들이 지금의 교과서로 한국의 현대사를 배우고, 익히게 되면 건전한 역사의식과 바른 국가관을 지니기 어렵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지난 반세기의 대한민국 역사를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어 정보사회화에 이르기까지 세계가 부러워하는 자랑스러운 역사로 보지 못하고, 분단의 책임과 부패의 역사로 얼룩진 부끄러운 역사로 인식하도록 교육하는 것은 차마 그대로 볼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사고(思考)로 길러진 학생들이 자라서 건강한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있겠는가?

지금의 교과서에는 1945년 해방 이후로 한반도에 진주하게 된 미군과 소련군에 대하여 미군은 점령군으로, 소련군은 해방군으로 기술하기도 하고, 나아가 북한은 우리식 사회주의가 가꾸어 온 나라이나 남한은 독재와 억압, 부패와 기회주의가 득세하였던 나라로 표현되고 있기도 하다.

6·25 전쟁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이다.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은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이념전쟁에 대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피 흘러 싸운 전쟁이 아니라 남과 북의 충돌의 소용돌이 속에서 확대된 내란으로 표현되고 있기도 하다.

우리 역사를 부끄러운 역사로, 대한민국을 잘못 태어난 나라로 비추는 부분, 부분을 바로잡고, 근현대사를 바로 써야한다.

대한민국은 인간의 삶을 자유롭고 풍요롭게 만들기에 적합한, 지금까지 알려진 한 가장 좋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그 기초를 두고 있는 나라이다.

우리 대한민국은 어느 날 갑자기 세워진 나라가 아니다. 개화기 이래 수많은 선각자가 기울였던 애타는 노력의 소중한 결실로 태어나고, 질곡의 아픔 속에 근대 문명을 배우고, 익힌 수많은 한국인의 피와 땀으로 세워진 자랑스러운 나라다. 수천 년의 역사와 전통과 문명에 뿌리를 두고, 피로 지켜 오늘에 이른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우리의 조국이다.

이 나라를 왜곡된 이념으로 그릇되고, 왜곡하여 부끄러운 역사로 만들도록 그냥 두어서는 안된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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