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어다
아픈 곳이 한두 곳일까
살아 있음으로 한때는
색색물감 풀어놓고
눈시울이 뜨겁게 울었지

햇빛과 그늘 속
젖은 삶을 바람으로 털며
꽃구름으로 날아간 깃털
별빛이 말라버린 향기
천성天性 없는 화가의 그림은
늘, 서툰 곡선

낮선 땅 낯선 곳
알몸으로 전부를 던져도
부끄럼 없던 날
방책 없이 꿈꾸던 하늘 길
그 아린 사랑
아직도 푸른 인연
삶의 모서리가 아프다

▲ 정 재 영 장로
시의 내용을 살펴보면서 수사 기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 연은 사람이 아픈 곳이 없는 사람 없듯 누구나 색색의 꿈들을 가지고 감격하면서 산다는 의미다.

그러나 2연에서는 그 꿈들을 그려 나간 현실은 서툰 곡선으로 그린 그림처럼 아쉬움이 많다는 것이다.

마지막 연에서는 그런 꿈을 꾸던 시절을 생각하면 순수함이 아픔으로 저미는 시절이었다는 것이다.

첫 연과 마지막 연에서 화자의 심리적 모습이 동일하다. 아픔이다. 그 이유를 2연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햇빛과 그늘, 젖은 삶과 말라버린 향기, 깃털의 꽃구름으로 날아감의 이중적인 구조를 가진 사물의 암시성이다. 물론 그것이 암시하는 것은 구체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읽는 사람의 심성 안에서 그려지는 형상도 각각 달라지게 마련이다. 분명한 것은 그것은 서툰 곡선, 즉 매끄럽지 못해 투박한 작품이라는 성취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다만 그 아쉬움의 궁금함은 앞서 말한 이중적인 사물 안에 상상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특히 마지막 연은 회상을 통한 자아의 존재론적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아프도록 절절하게 꿈꾸던 날의 이상에 대한 추구를 ‘하늘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것이 현실에서 추구하던 꿈이던, 신앙의 추구이던 모두 해당한다. 그 간절함을 알몸이라는 육체적인 요소마저 부끄럽지 않는 화자의 순수한 심리를 보여 줌으로, 파스텔화처럼 그린 작품 안에 통징의 목적인 카타르시스 효과를 잘 나타내 주고 있는 작품이다.

시는 비유라는 방법을 취한다. 그래서 과학적 진술처럼 객관적 소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다만 독자가 감각할 수 있도록 응축한 형상화 작업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현대예술의 표현주의는 단순해서 포괄적이고, 포괄적이라서 단순함으로 보여주는 역설적인 소통의 미학적 행위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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