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용 화 목사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대한 추억은 누구에게나 아름답게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에 대한 동경심과 거리에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캐롤송의 멜로디도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다.

특히 성탄절이 다가오면 가까운 친구나 먼 친척에게 크리스마스 카드 한 장쯤 보낸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카드 한 장 보내기 위해 쏟은 정성을 아마 요즘 젊은이들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만큼 성탄절은 사랑과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해 주는 훈훈한 날이었다. 겨울의 매서운 찬바람과 눈보라가 몰아쳐도 인간이 더불어 따스한 마음의 온기로 겨울을 났다.

그래서 겨울이 오면 누구나 성탄절과 교회 종소리 그리고 캐롤송을 연상했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을 때면 가슴이 마냥 설레곤 했다.

그런데 이처럼 사람이 살맛을 느끼게 해주었던 성탄절이 언제부터인지 삭막한 날이 되어 버렸다. 은은한 성탄을 알리는 교회 종소리도 사라져 버렸고 그 흔한 캐롤송도 더 이상 거리에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하얀 눈도 보지 못한지가 몇 해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우리에겐 눈처럼 하얗고 순결한 성탄절을 잃은 것이 아닌지 걱정스런 생각이 든다.

거리에는 향락의 분위기만 넘쳐나고 나이트와 술집에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젊은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술과 춤으로 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서민들은 경제불황으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반면 황금족들은 스키장과 호화로운 호텔이나 백화점을 들락거리며 사치를 즐기고 있다.

반면 누구하나 불우한 이웃들을 생각하고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는 사람들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연말연시에 한번쯤 누구나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원 봉사하던 그 시대는 이미 옛 얘기가 돼버렸다. 교회도 어쩌면 그렇게도 세상을 닮아가는가.

성탄의 기쁨을 온 집집마다 전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던 예전 교인들과 달리 지금은 모두가 한결같이 그저 교회 안에서 조용히 예배나 드리고 가족들과 여가를 즐기는데 더 바쁜 일정을 보내는 것이 일상화 되어 버렸다.

우리는 단순히 이처럼 성탄절의 풍경과 추억거리만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정말 소중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의 기쁨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교회마다 성탄의 기쁨의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고 교인들도 그 기쁨을 점점 잊어가고 있는 것이다. 세상은 말할 것도 없다. 교회로부터 성탄의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누가 이 날을 기쁨으로 받아 들이겠는가.

하얀 눈이 세상을 뒤덮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이제 책이나 옛날 얘기에서나 들을 수 있는 동화가 되어 버렸다. 참으로 기쁨의 믿음을 상실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 상황이 이런데 불우이웃에 대한 사랑의 손길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크리스마스 정서가 메말라 버린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일 년에 단 한번만이라도 교회에 가고 싶은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교회는 많은 예산을 들여 소비적인 행사보다 교회 안에서 검소하고 조용하게 성탄절 행사를 치른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성탄절 특별 헌금만 거둬 드리는 행사에 불과하다. 교회가 다시 성탄절 분위기를 돋구어 줘야 한다. 교회 안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 예수 탄생의 기쁨을 선포하고 모든 사람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외롭게 하지 않을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천안성문교회 담임• 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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