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서 영 목사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지나고, 2015년 을미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해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군부대 총기난사, 신입생 OT 체육관 붕괴사고 등 크고 작은 사건들로 인해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해였다고 해도 무방하다. 여기에 대한항공 땅콩회황 사건 등 소위 갑의 횡포도 만만치 않은 해였다. 이 땅에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가기에 그만큼 벅찬 한 해였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픔과 아픔이 가슴을 찢어지게 만든 해였다. 하지만 올해는 모두가 훌훌 털어버리고, 희망만 가득한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우선 개인이기주의와 무한성장주의에서 탈피해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실 지난해 각종 사건사고의 원인을 살펴보면, 천재보다 인재가 많았다.

당장 세월호 참사만 보더라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가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예고된 사고였다. 무리하게 배를 증축하고, 조금이라도 이익을 남기겠다는 심보로 컨테이너 박스를 규정된 무게를 훨씬 초과해 잔뜩 실었다. 거대한 배가 한순간 뒤집어져 침몰할 정도니 얼마나 무리하게 과적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배가 침몰하는 순간 꽃다운 학생들을 남겨둔 채 자신만 탈출 길에 오른 선장의 개인이기주의도 피해를 더욱 키웠다. 자신은 희생하더라도 학생들을 위한 조치를 내렸으며 이렇게 많은 생명이 바다에 수장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어른들의 그릇된 욕심이 한국사회의 미래를 이끌 학생들의 생명을 앗아간 셈이다.

올해는 갑의 횡포에 눈물을 흘리는 을이 없었으면 한다. 사회구성원은 누구나 자신들의 역할이 있다. 한낱 어린아이도 존재가치가 있다. 그럼에도 가진자들의 횡포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경향이다. 가난한자, 굶주린자 등 이 땅에 소외된 이웃을 위해 나눔을 몸소 실천해야할 가진자들이 오히려 소외된 자들의 가슴을 후벼 파고, 그나마 있던 작은 것마저 빼앗아 가려한다. 이는 한국사회 근간을 흔드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가진자들은 자신의 재물을 뽐내려 하지 말고, 겸손한 덕을 먼저 쌓아야 한다. 재물을 기반으로 소외된 이웃을 핍박할 때 손가락질을 당하지만, 겸손히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나눌 때 공경의 대상으로 변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구성원들이 서로 믿고 유기적으로 관계를 쌓을 때 비로소 한국사회의 미래는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로 올해는 회개와 각성을 통해 기독교 본질을 되찾는 한해가 되기를 기도한다. 교수들의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지록위마’처럼 더 이상 잘못을 숨기려고만 하지 말고, 진심으로 회개해 두 번 다시 잘못을 반복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사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각종 잘못에 대해 진실을 호도하거나 쉬쉬 숨기기에만 급급해왔다. 재물과 권력을 탐하고도 하나님의 이름을 빌려 덮으려고 했고, 사회적 문제에 대처할 때도 “한국교회는 그렇지 않다”는 말로 교묘하게 빠져나왔다. 하지만 이처럼 단편적인 대응책은 한국교회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줬고, 한국교회를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만들었다.

따라서 2015년 새해를 맞이해 한국교회가 몸과 마음을 다잡아 기독교 본질로 회귀하는 한해로 삼았으면 한다. 부흥과 성장은 한국교회가 먼저 회개와 각성을 통해 거듭날 때 비로소 가치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재물과 권력에 눈이 멀어 등한시 했던 이 땅의 소외된 이웃들을 향한 나눔과 섬김의 자세를 되새겨야 한다. 교회가 교회다워야지, 교회가 대기업의 모습을 모방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2015년 한국교회가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아 진심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주체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예장 합동개혁 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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