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경 욱 목사
지난 2014년 한 해는 그 어느 때보다 교회의 권위가 실추되고 사회적 신인도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회가 충분한 내부 자정력을 가지고 스스로 조정하고 적절한 수위를 지켜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 사회적인 논란으로 비화된 일련의 사건들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아냥거림을 자초하는 빌미를 만들고 말았다.
그러나 돌이켜 다시 생각을 정돈해 보면 새해에도 여전히 주님의 교회는 영원한 희망이 되어야하고, 아니 단정적으로 말하자면 가고 오는 세대에 여전히 “교회만이 영원한 희망이다”라는 진리는 변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 점점 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명멸해가는 듯한 상황 속에서 뜻 있는 모든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모두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이 지금 한국 교회의 현실이다.

선교 130년을 지난 지금 한국교회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청년들은 교회를 외면하고 있고, 교세가 성장했다고 하는 교회들도 소수를 제외하고는 사실 따지고 보면 믿지 않는 사람들의 회심을 통해 성장한 것이 아니라 수평이동에 의한 성장임을 부인할 수 없다.

어느 시대 어느 상황을 막론하고 한 마디로 유일한 대안이요 소망이어야 할 교회가 그 생명력을 주위에 전염시켜야 할 당위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형편인 것이다.

오히려 사회를 염려하고 세속에 있는 사람들을 염려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염려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초래하도록 했을까?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답하지 않더라도 이에 대한 대답은 자명하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교회와 그 구성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세상과 다른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세상 사람들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로부터 배울만한 신선함과 생명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교회들이 분열과 갈등, 부패와 비리 속에서 지난 한 해 동안 몸살을 앓았고, 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회에 대한 비판이 화살처럼 쏟아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올 한해에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본질로 돌아갔으면 한다. 교회는 세상과 구별돼야 한다. 교회가 세상을 따른다면 교회공동체는 사회공동체와 모양만 다를 뿐 본질이 같을 뿐이다.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세상과 구별되지 않는다면 교회를 향한 비난은 올해에도 똑같이 되풀이되고 말 것이다.

새해가 됐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교회가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교회 스스로 끊임없이 자정능력을 발휘하면서 거룩성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 교회가 변할 때만이 세상을 향해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면서 의로운 외침을 전할 수 있고 세상 사람들도 이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될 것이다.

보통 한 공동체 내의 변화속도가 그 공동체 외부의 변화속도보다 느릴 경우 그 공동체는 생명을 다하게 된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외부의 변화속도에 제대로 반응하고 있는지 우리는 곰곰이 되짚어 봐야 한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뜻이 있는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인이라면 교회가 어떻게 영원한 소망의 보루로 새로운 세기에도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고 기도하며 움직여야 하는 공동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어떤 급속한 변화가 있고 어떤 난장판이 우리 사회에 벌어진다고 할지라도 주님의 교회는 여전히 모든 사람의 영원한 희망이어야 한다. 이 진리를 받아들이는 교회 공동체와 그 속에 있는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에게는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냄새, 다른 인상, 다른 행동을 가져야 하는 공동의 책임이 부과되어 있다. 만약 이 책임을 회피한다면 지난해와 똑같이 교회를 향한 비난과 교회의 대사회적 신인도의 하락은 되풀이될 것이다.

새해에는 그리스도인들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래도 교회가 소망이자 희망”이라고 고백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장 백석 사무총장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