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호 관 목사

▲ 황호관 목사
잠잠한가하면 한 번씩 생뚱맞게 목사(종교인) 납세 문제가 불거져서 목사들을 도마에 올려놓고 토막을 낸다. 목사들 자존심 몽땅 상하고 교회는 마치 세금은신처라도 되는 것처럼 매도를 당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주무장관이 성직자 세금에 대해서 간단하게 한 마디 던졌고 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여론을 확대 제 생산해 댔다. 그리고는 유야무야 지나 갈 모양이다. 보기에도 듣기에도 결코 유쾌하지 못하다. 납세가 국민의 의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막무가내 식으로 세금 내라는 정부나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성직자나 거기서 거기다. 안내고 못 받아 낸 사연이 있었을 것인데, 잘 따져 볼일이다.

나는 미국에 세금을 의수히 냈다. 유학을 구실로 82년도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리고 영주권자의 신분으로 12년을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시에서 살았다. 미국에서 살기 위해서 제일먼저 찾아가야하는 곳이 사회보장국 사무실이다. 그곳에 가면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하고, 지문을 찍은 다음 고유번호를 부여 받고 카드 한 장을 손에 쥔다. 그리고 나는 1년 쯤 지나 아주 작은 유학생 공동체를 섬기게 되었고, 미국교단인 CRC(Christian Reform Church)의 회원이 되어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내게는 두 가지 세금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왔다. 하나는 소득세, 다른 하나는 사회보장세(Social Security Tax;우리나라로 하면 국민연금?)라는 것이었다. 목사라 해서 예외는 없었다. 기독교 국가인데도 말이다. 해마다 세금보고를 해야 했다.

물론 내 손으로 해 본 일은 없다. 모르기도 하지만 세금업무를 중심으로 수익을 올리는 유능한 회계사(CPA)들에게 부탁하고, 요청에 따라서 자료를 제출하면 그만이다. 수입원이야 단순하다. 교회에서 지급하는 사례비가 다이니 복잡할 일이 없다. 회계사가 요청하는 내용이 나를 놀라게 했다. 헌금은 물론, 집세, 세탁 비, 주유비, 문방구 영수증까지 모두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그런 모든 것들을 목회업무비로 보기 때문이란다. 몇 개월이 지난 다음에 IRS(Internal Revenue Service;국세청)로부터 수표 한 장이 왔다. 세금환급금이었다. 모든 것을 공제하고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집세를 보낸다는 것이었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었다.

이런 것이 미국정부가 받는 목사의 소득세였다. 문제는 사회보장세였다. 내 생활로서는 도무지 감당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포기하기로 작정을 했는데 이웃 교회의 미국 목사가 찾아와서는 간곡하게 권유하기를 지금은 어려워도 세금을 내라는 것이었다. 노후를 위해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 세금을 지금 내지 않으면 노후에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 세금은 개인별로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 내고 안 받으면 그만이다. 그의 권유를 받아드려서 큰 출혈을 무릅쓰고 그 세금을 꼬박꼬박 물었다. 지금 은퇴한 후에 그 열매가 내개로 돌아오고 있다.

여기서 제외국민거주신고자 신분으로 살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나의 생활비를 의수히 보내온다. 무슨 말인가 하면 대한민국 정부는 목사(성직자)를 탈세자, 반사회적 인사 취급하여 몰아 붙이지 만 말고 충분히 살펴서 목사, 성직도 왜 세금을 내야하는지 그것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일이고, 목사는 무조건 안 내겠다 혹은 못 낸다고만 하지 말고 하나님께서 주신 돈이요, 성도들의 땀이 묻은 소중한 돈을 받아쓰고 있니 그것이 많든 적든 바르게 사용해서 밝고, 맑게 공개한다는 차원에서 깊이 생각할 일이라 싶다.

전 개혁총회장, 본보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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