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만큼 수많은 교단이 난립한 교회는 세계교회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기독교 130년 역사에서 한국교회는 1년에 한 개 이상의 교단이 새로 만들어지는 그 이상의 난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복잡한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 얽힌 교단들이 일 년에 딱한 번 하나가 되는 때가 바로 부활절이다. 한국교회는 비록 수 백 개의 교단으로 분열돼 있지만 부활절 예배만큼은 연합과 일치의 정신을 살려 연합으로 예배를 드려온 것이 하나의 전통처럼 굳어져 왔다. 그런데 올해 부활절 연합예배는 준비 과정에서부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교단 중심으로 구성된 준비위원회측과 교회협의회가 서로 다른 의견을 나타내면서 이러다 부활절연합예배 마저 둘로 갈라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국교회의 부활절 연합예배는 지난 2005년부터 양대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중심이 되어 번갈아 가며 부활절연합예배를 주최해 왔다. 그러다 한기총이 금권선거 파행과 이단 해제 등 물의를 빚으면서 주요 교단들이 한기총을 탈퇴하게 되자 2011년 이후부터 교회협의회가 주도하는 교단연합과 한기총으로 양분되고 말았다.

교회협은 이때부터 부활절 예배를 준비하면서 주관단체로서 이름을 명기하지 않고 준비과정을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에게 내주면서 교단들이 연합해 예배를 준비토록 했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이 준비위원회를 조직해 부활절예배를 드려오게 된 것이다. 올해 부활절준비위원회도 지난 해 준비조직을 그대로 이어받아 지난 해 12월 말 조직 구성을 완료했다. 그런데 교회협이 올해 부활절준비위원회 결성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교회협은 지난 해 부활절준비위원회가 결산도 완료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올해는 2005년 합의로 돌아가 그 합의 정신에 따라 예배를 준비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회협 김영주 총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올해 부활절연합예배 파트너로 한기총을 꼽았다. 이는 현재 한기총 대표회장인 이영훈 목사가 교회협 회장을 지낸데다 교회협의 숙원사업인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설립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교회협이 근거로 내세우는 2005년 합의 정신이라는 것은 사조직과 같았던 부활절연합예배를 한국교회 양대 기구인 교회협과 한기총이 맡아서 번갈아 가며 주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합의는 이미 지난 2011년 한기총과 한교연이 갈라지면서 사실상 와해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행사주관 파트너였던 한기총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대표회장 하나 바뀌었다고 당시의 합의정신으로 돌아가 교단연합 중심의 부활절 연합예배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어보인다.

이에 대해 한교연은 교단연합 중심의 부활절연합예배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은 얼마 전 모 방송사 인터뷰에서 부활절연합예배에 대해 언급하면서 연합기관이 행사에 관여해서 경쟁하듯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교연, 한기총, 교회협이 주체가 되지 않고, 울타리 역할만 잘 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활절연합예배는 연합에 의미가 있다. 사실상 누가 주최가 되느냐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식의 독선으로는 연합은 쉽게 깨질 수밖에 없다. 부활절연합예배의 아름다운 전통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예배 준비과정에서부터 연합과 일치의 정신을 구현할 수 있도록 서로가 기득권과 명분을 먼저 내려놓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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