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조직신학에서는 지상교회(地上敎會)를 '전투하는 교회'(Church Militant)로 지칭한다. 그러므로 오늘의 지상교회가 태평가를 부르며 안일해서는 안 된다. 마귀와의 휴전협정이란 없다.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고, 마귀에게 철퇴를 가해야 한다.

언젠가 태국을 여행하면서 맹수 호랑이가 사람의 손에 길러져서 돼지와 한 우리에서 우유를 먹고, 돼지 새끼에게 젖을 빨리는 모습을 보고, 머리를 뭔가에 맞은 듯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사람에게 길러진 호랑이는 호랑이의 본성인 야성을 상실해버렸다. 야성을 잃어버린 호랑이는 호랑이가 아니다. 무늬만 호랑이 일뿐 그는 애완동물이었다. 기독교가 세상문화에 길들여져서 복음과 교회의 야성을 잃어버리고, 먹거리에 침을 흘리며 비루해진 천박해진 형국의 다름 아니다,

마귀는 그리스도인의 형통함을 좌시하지 않는다. 마귀는 그리스도인의 믿음을 흔들기 위해 염려하고, 절망하게 만든다. 절망의 환경에서 상황이라는 당근을 사용하여 기독교의 본성인 야성을 하나씩 제거한다. 그리스도인은 낙심의 자리를 걷어차고 일어나 믿음의 방패를 가지고 마귀의 공격을 대적해야 한다(엡 6:16). 그리스도인은 악인의 형통함 때문에 흔들리거나 기가 죽을 수 없는 없다. 마귀는 심리전의 명수이다. 마귀는 악인의 형통함으로 우리의 믿음과 기도의 방어선을 뚫으려 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눈으로 볼 때 악인의 형통함이란 바람에 나는 겨에 불과하다. 악인은 하나님의 심판을 견디지 못한다. 하루살이 때문에, 던져주는 한조각의 고깃덩이 때문에 전선을 이탈해서도, 적당한 타협을 모색해서도 안 된다. 믿음의 초소를 이탈하지 말라.

구약 성경 에스더서를 읽노라면 기독교의, 믿음의 야성성에 부딪히면서 전율한다. 에스더서의 말씀은 어떤 다른 성경말씀보다 많이 알려진 말씀으로 “죽어야 한다면 죽겠습니다.”(에 4:16)의 말씀으로 함축되는 극적인 전환을 이루는 놀라운 구원의 사건이다.

유대민족 전체의 생명이 달린 극한 현실과 대제국의 지엄한 법과 황제의 절대권위 앞에서 순간 에스더는 머뭇거린다. 당연하지 않은가. 누가 감히 대제국과 왕의 권위에 도전할 무모한자가 있겠는가. 에스더가 비록 왕후일지라도 넘을 수 없는, 넘어서는 안 되는 법이 있었다.

대제국의 추상같은 법과 왕의 절대 권위 앞에 움츠러들지 않는다면 진정 그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사람에게는 대제국의 왕이라도, 대제국의 변개할 수 없는 법이라도 깨트리시는 지존하신 왕이 계시다. 제국의 법을 제압하는 법이며, 파사의 왕을 왕이 되게도 하시고, 폐하기도 하시는 왕 중의 왕이신 우리 하나님이시다.

에스더는 잠시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렸음을 모르드게의 칼 같은 책망(에4:13,14)을 통해 깨닫고, 세상의 절대성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죽어야 한다면 죽겠다.”고 단호히 선언한다. 신앙의 야성이 회복되는 순간이다. 수산성의 유대인들의 생명이 보장되는 순간이다. 우리는 에스더와 세상의 법 그리고 황제의 권위, 하만의 악한 궤계 등과의 싸움에서 그 결과에 숨을 죽이지만 이 싸움은 이미 이긴 싸움이다. 하나님의 사람으로서 두려움과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믿음의 야성을 회복한 것은 이미 승리를 확보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수산 궁의 모르드개와 왕후 에스더처럼 내가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켜내고 있는가. 믿음의 야성을 잃지 않고, 세상에 살고 있으나 세상을 대항하여 믿음으로 살고 있는가. 세상문화 또는 환경에 굴복하고, 그것들이 좋고, 그것들에게 익숙해져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해버린 것은 아닌가. 금식하며 기도하여 하나님의 섭리하심을 구한다. 수산궁의 모든 유대인들이 합심하여 기도한 후에 범할 수 없는 왕의 규례에 도전한다. 생명을 건 도전이다. 비장한 각오로 왕 앞에 나아간다. 죽어야 한다면 죽겠다는 신앙의 결단이 원수 하만과 하만의 열 아들과 그 종족의 죽음으로 뒤바뀐다.

하나님의 영광과 뜻의 성취를 위하여 죽기로 작정하니 오히려 악한 자의 계획이 그들의 머리로 돌아간 것이다. 믿음의 야성을 회복하여 주께로 돌아가야 하는 분명한 이유다. 살기위하여 말씀을 떠나면 죽고, 주를 위하여 죽기로 작정하면 살 것이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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