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 서 영 목사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의 호감도가 불교와 천주교에 이어 세 번째에 그쳤다. 수많은 종교 중 3등을 했다고 일단은 한숨을 돌릴 수도 있겠지만,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목회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은 숨길 수 없다. 퍼센트로 따져도 개신교가 10%를 차지해 불교 25%, 천주교 18%에 한참 못 미쳐 심히 걱정이다. 더구나 해마다 호감도가 하락하는 추세를 볼 때 앞으로가 관건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교회의 위상이 더욱 바닥으로 곤두박질할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 예언했던 대로 50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단순히 이번 조사를 넘기지 말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저 한 단체의 조사데이터로 치부하기에는 그 결과가 너무 혹독하기 때문이다. 불교를 떠나 당장 이웃한 천주교보다도 국민들의 호감을 얻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교회 내부적으로 심각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먼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단순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번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의 주된 이유는 첫 번째가 ‘무관심’이고, 두 번째가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다. 이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불신자들은 종교 자체에 관심이 없거나, 관심이 있다가도 한 번씩 실수를 저지르는 종교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할 것이 바로 두 번째 이유다. 사실 한국교회는 그동안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질렀다. 과거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해 차곡차곡 쌓아왔던 점수를 일순간에 잃어버렸다. ‘백번 잘해도 한번 실수하면 일을 그르친다’는 말처럼 한국교회의 현실도 똑같은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는 작금의 한국교회를 향해 ‘비정한 종교’, ‘욕망에 가득한 종교’, ‘부자들의 종교’ 등으로 치부해 손가락질 하는 현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물론 한국교회로서 이들의 지적을 안티기독교의 횡포로 여겨 눈 하나 깜박이지 않을 수 있지만, 안티기독교의 횡포로만 책임을 전가하기에는 일반인에게 보여줬던 과오가 너무 많다. ‘종로 5가는 범죄소굴’이라는 말이 횡횡할 정도로 정치에 맛을 들인 일부 목회자들의 행태는 여전하며, 몇몇 교회는 이단에게 예배당을 팔아넘기는 일까지 벌이고 있다. 또한 몇몇 목회자는 성도들을 성노리개로 전락시켜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주는가 하면, 여전히 교단분열과 맘모스적 연합은 지속되고 있다. 이밖에도 무당을 자처하는 부흥사, 부동산 브로커로 나서는 목회자, 연합정신을 훼손하는 목회자그룹 등 차마 입에 담기 힘들 정도로 악취가 진동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곧 한국교회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주된 요인이 됐고, 불교와 천주교보다 못하다는 씁쓸한 결과로 이어졌다.

말 그대로 한국교회는 심각한 폭풍우에 휘말려 자초위기에 놓인 배와 같다. 그렇다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단순히 몇몇 잘못한 사람들을 바다 속으로 던져버리면 끝이 날까. 답은 아니다. 잘못한 누군가를 던져버린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들을 개도해 함께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거센 폭풍우 속에서 모두가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때 비로소 비바람이 잦아들고, 고대하던 육지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불교와 천주교에 밀려 있다는 결과에만 욱하지 말고,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고심해 슬기롭게 대처하려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물과 권력에 눈이 멀어 본질을 망각한 과거와 단절하고,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본질을 호도하는 그릇된 행태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오직 성경에 입각한 개혁과 갱신의 정신으로 그리스도만을 바라보는 개신교로 거듭나야 한다. 분열과 갈등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화합과 일치로 두 손을 맞잡고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한국갤럽의 다음 조사에서는 개신교가 불교와 천주교를 제치고, 호감도 1위에 오르는 놀라운 역사가 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예장 합동개혁 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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