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 순 임 목사
어머니. 부르고 또 불러도 지겹지 않은 어머니. 온갖 고통과 핍박 속에서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시는 어머니. 우리 민족과 역사 속에 슬픔과 아픔으로 기억되는 어머니. 비록 약하지만, 이 나라의 해방과 이 민족의 희망을 보여주신 어머니. 사랑과 희생, 헌신으로 대변되는 어머니를 목청껏 불러본다.

우리네 어머니의 자화상은 참으로 다양하고, 참으로 위대하다. 일본제국주의 아래에서는 항일민족운동과 여성민족운동을 등불처럼 밝혔고, 피압박민족의 설움을 떨쳐내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지 않고 여린 몸을 내던졌다.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도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나설 줄 아는 멋진 여성의 모습 그 자체였다.

또한 어머니는 한국교회 성장의 밑거름 그 자체였다. 1903년도부터 1910년까지 일어난 부흥집회와 대부흥운동에서 이 땅의 어머니들은 민족의 죄와 개인의 죄를 통곡하고, 피압박민족의 구원을 외쳤다. 이들의 절규와 같은 간구는 가난한 사람과 눌린 자들을 자유케 하는 놀라운 성령의 역사로 일어났고, 세계 지배세력들의 붕괴를 가져오게 만들었다.

박순경 박사가 그의 저서 <민족통일과 기독교>에서 밝혔듯이 “민족의 자유는 곧 여성의 자유였으며, 여성의 항일민족운동은 3.1운동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여성들은 말 그대로 민족사적 측면에서 억압당하는 민족의 대표적인 고난 받는 사람이었지만, 이 나라와 민족을 구원의 축복으로 이끈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작금의 한국교회에서 여성들의 지위는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국교회 전체 교인의 70%를 차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여성들이 섬기고 있지만, 이들의 지위는 참으로 미약한 수준이다. 한국교회 안에서 여성은 60~70%를 차지하지만, 의사결정 구조에 참여하는 여성들의 숫자는 고작 10%에 불과하다. 원천적으로 여성들의 역할증대를 가로막는 보수적인 한국교회의 형태가 여성들을 여전히 눌린 자로 낙인을 찍고 있다.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생명을 부여받은 창조물로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존귀함을 침해받아서는 안 되는데 한국교회에서는 유독 여성들이 천대받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누구보다 존귀하게 대접받아야할 여성들이 몇몇 파렴치한 남성 목회자들의 노리개로 전락하는 현상까지 일어나니 할말을 다했다.

이는 과거 누구보다 앞서 불의에 대응하고,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력했던 어머니의 참모습을 현재에 와서 지우개로 지우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인간의 잣대로 생각해 지운다고 지워질까? 오직 하나님만이 인간을 평가할 수 있다. 제아무리 역사를 왜곡하고, 지우려한다고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이 땅의 여성들은 일본제국주의 아래서 피압박민족으로서 삶의 터전을 일인에게 빼앗기고, 살길을 찾아 하와이, 멕시코 등으로 남편과 아들을 눈물 흘리며 떠나보냈던 우리백성들의 고난을 아파했던 바로 고난의 어머니다. 독립운동에 아들과 남편을 슬퍼했던 어머니, 노무자 또는 학도병, 정신대로 남편과 아들, 딸들을 떠나보내고, 애통했던 어머니, ‘민족의 삶’의 밑바닥에서 민족의 역사를 이어갔고, 민족의 삶을 지탱한 바로 우리네 어머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주지는 못할망정 보수적인 잣대로 여성들의 지위를 깎아내리는 것은 역사를 훼손하는 심각한 일이다. 우리는 모든 것을 제쳐두고 고난의 십자가를 묵묵히 지고 골고다의 언덕을 오른 우리의 어머니가 보여준 헌신과 희생의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는 지름길임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예장 열린총회 증경총회장·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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