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인 찬 목사
덴마크는 원래는 스웨덴, 노르웨이를 포함한 넓은 지역을 통치하던 왕국이었으나 여러 번의 전쟁에서 계속 패함으로 국토는 좁아졌고, 국력은 쇠하여졌다. 특히 프로이센과의 오랜 전쟁에서 패전한(1864) 이후로는 비옥한 땅을 다 빼앗기고, 북쪽의 작고 척박한 땅만 남았다.

철저하게 망해 비참한 지경에 빠진 나라를 오늘의 덴마크로 재건해 내는 계기는 국민에게 바른 정신을 불어넣고, 국민의 영혼을 깨운 지도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 사람의 선각자가 시대정신을 올바르게 깨우쳐 망해가던 덴마크를 일으켜 세운 것이다. 그가 바로 덴마크의 그룬트비히[Grundtvig, Nikolai Frederik Severin,1783-1872]목사다. 살아 있는 한 설교자가 한 국가와 국민의 역사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귀한 실례다.

그룬트비히 목사는 자신의 조국 덴마크가 연이은 패전으로 국토가 줄어들고, 민심은 피폐하여 나라의 명(命)이 바람 앞에 등불같이 되었을 때에 국민들의 영혼을 깨우고, 희망을 심는 일에 헌신하였다. 그룬트비히목사는 국민들 앞에서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고 사자후[獅子吼]를 토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국운이 기울어지면 일어나는 현상이 가는 곳마다 다툼과 분쟁이 끊이지 않고, 도박 등의 사행행위가 성행한다. 19세기 중엽의 덴마크 사회가 그랬다. 그룬트비히 목사가 “밖에서 잃은 것을 안에서 찾자”고 한 것은 패전으로 잃은 국토로 비탄해만 하지 말고, 신앙정신으로 새롭게 하여, 새로운 나라, 새로운 사회, 새로운 역사를 창출하자는 의미 있는 호소였다. 그는 온 국민들을 상대로 삼애운동(三愛運動-하늘사랑, 땅 사랑, 사람사랑)을 펼쳤다.

‘하늘사랑’은 하나님을 섬기는 하나님 사랑이고, ‘땅 사랑’은 조국 덴마크를 사랑함이며, ‘사람사랑’은 동포를 사랑하는 이웃사랑이다. 그룬트비히 목사의 심금을 울리는 설교를 들고, 국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각자가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삼애운동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일어났다. 그런 사람들 중에 달가스[Dalgas, Enriko Mylius, 1828~1894]가 있다. 포병대의 대령이었으나 패전으로 상심하던 중에 그룬드비히 목사의 설교를 듣고, 새로운 용기, 새로운 비전을 품었다. 그는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삼애운동으로 토박한 국토에 나무를 심어 숲을 가꾸어 땅을 살리고, 사람을 살리는 것임을 자각하였다. 달가스는 북쪽 황무지에 도전하여 나무심기에 삶을 투자했다. 나무를 심을 때마다 차가운 북풍과 토박한 땅 탓으로 나무들이 죽었다. 무려 13년의 뼈를 깎는 고통을 견디며, 기후와 그 토양에 알맞은 나무를 찾아내어 270만평의 숲을 일구는데 성공했다.

그룬트비히 목사의 설교를 듣고, 삼애운동에 헌신키로 한 인물 중에 또 한사람, 크리스텐 콜(1816~1870)이 있다. 크리스텐 콜은 초등학교 교사였으나 진부한 전통교육에 염증을 느끼고, 교재를 스스로 만들어 새로운 방식의 교육을 실시하다가 해고를 당했는데 기울어져 가는 덴마크를 바로 세우려면 교육이 새로워져야 한다고 믿고, 국민들의 얼을 깨우는 교육, 산교육을 펼치는 일에 헌신하여 깊은 산골에 들어가 물방앗간을 빌려 교실로 개조하여 국민고등학교란 이름으로 국민교육을 시작한 것이 그 유명한 덴마크 국민고등학교의 시작이다. 크리스텐 콜은 그들과 함께 살면서 산교육을 실현하였다. 그들에게 지식만이 아니라 하나님 사랑, 조국사랑, 이웃사랑의 삼애정신을 심었다. 그리고 그들을 개척자로 살게 하는 개척정신, 도전정신을 심었다. 이 운동이 덴마크를 좌절의 역사에서 번영의 역사로 변모시킨 출발점이 되었다. 선각자 그룬트비히 목사의 정신을 깨우는 설교에 도전을 받은 달가스나 크리스텐 콜 같은 개척자들이 척박한 땅을 개척하고, 피폐해진 백성들의 마음 밭을 일구는 일에 생명을 걸었기에 덴마크는 회생할 수 있었다. 물론 쉽게 이루어진 일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그룬트비히 목사와 같은 한 설교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게 된다. 하늘로써 임하는 영감을 품고, 그 시대, 그 역사가 나아갈 방향을 바르게 깨우치는 설교자는 병든 역사를 치유하고, 새로운 역사를 창출(創出)해 나갈 수 있게 한다. 지금 이 시대가 직면한 치명적인 약점 중의 하나가 모든 것의 원인을 밖에서 찾으려는 것이다. 물질, 환경, 제도적인 것들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이런 시대정신에 거슬려 그룬트비히 목사의 교훈이 오늘 설교자인 우리들을 향해 울려 퍼지고 있는 소리를 들어야 할 때다.

의왕중앙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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