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과 한교연, 한교연과 한기총의 대표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두 기관으로 갈라진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두 사람은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가 확정한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 명이 특정 종교 편향이고, 행정 원칙에 위배된다며 서울시에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기총은 그동안 한국교회 보수권을 대변하는 연합기관으로 외형을 확대해 왔다. 잘나가던 한기총은 지난 2011년 대표회장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금품선거 문제로 인해 위신이 추락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비상대책위로 뭉쳤던 예장 통합, 기성, 백석, 대신 등 주요 교단이 탈퇴해 ‘한국교회연합’을 창립함으로써 사실상 과거의 명성은 퇴색하고 말았다. 그러나 새로 대표회장에 선출된 이영훈 목사가 초기 불안한 입지에서 벗어나 차츰 자기 색깔을 내기 시작하면서 한교연과의 통합 실현이라는 핑크빛 전망이 한층 가시화되고 있다.

한교연은 한기총의 구태와 이단해제를 비판하며 한기총에서 활동하던 주요 교단이 거의 대부분 빠져나와 새로 조직된 연합기구. 당초 얼마 못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사단법인체로 모양새를 갖추고 한기총에서 탈퇴한 주요 교단과 군소교단들까지 흡수하면서 한국교회 중도보수권의 대체세력으로 입지를 굳혀왔다. 그러나 한교연은 한국교회 앞에 새로운 대안세력으로서 분명한 획을 긋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를 드러내 왔다. 한국교회 보수 진보를 대변하는 양축이 한기총과 NCCK로 양분된 상태에서 이쪽도 저쪽도 아닌 무색무취한 태생적 한계로 인해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고 판도의 변화를 가져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양 기관 대표들은 취임 일성으로 마치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양 기구 통합을 천명하고 나섰다. 먼저 목소리를 높인 이영훈 목사는 “나간 사람들이 돌아오는 게 도리”라는 식의 배부른 원칙론을 밝혔다가 지난해 9월 합동측 총회에 갔다가 강단에 서 보지도 못하고 되돌아와야 하는 씁쓸한 굴욕을 맛본 후 이단문제 해결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현실과 마주하게 됐다.

뒤이어 지난해 12월 취임한 한교연 양병희 목사 역시 “한국교회가 하나되는 데 모든 걸 바치겠다”고 선언하면서 오히려 한교연 회원교단들을 역으로 긴장시키기도 했다. 그 후 양병희 목사는 한교연 임원회에서 이미 제시한 가이드라인인 “우선 이단 문제 해결”이라는 카드로 한기총 지도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추락하는 한국교회의 위상, 그 민낯을 마주한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한기총과 한교연이 하나되야 한다는 전제에 토를 달 사람이 없다. 그러나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이 만병통치약은 분명 아니다. 두 대표회장의 의지만으로 이루어 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 또한 많지 않다. 현재로서는 가장 큰 걸림돌인 이단문제만 잘 마무리되면 일사천리로 통합이 이루어질 거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런 생각의 이면에는 전임 대표회장이 실세로 건재한 이상 이단척결이 쉽게 결론이 나기 어렵다는 회의론이 깔려 있다. 또한 이영훈 목사의 의지대로 이단문제가 잘 해결된다 하더라도 장애물 하나가 치워진 것일 뿐 두 기구의 통합까지 가는 길은 현실적으로 그리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 한 때에 사회적인 현안에 대해 두 기관의 대표가 뜻을 같이해 한 자리에서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것은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 수도, 통합을 향한 장도의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두 기관 대표의 진정성이며 한국교회를 향한 절박한 간절함의 무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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