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을 앞두고 40일 동안 그리스도의 수난을 기념하는 절기가 ‘사순절’이다. 세례, 수난, 십자가, 죽음, 부활 등은 사순절 기간 동안에 행해지는 예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부활절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기도와 금식과 자기 성찰을 위한 시간을 성도들은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대부분의 성도들은 사순절 기간에 그저 몸과 마음을 조심하고 절제를 실천하는 절기로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교회 지도자들 중에 이마저도 의식하고 최소한 실천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지금도 시내 중심 호텔에 가보면 각종 교계 모임예약이 꽉 차 있다. 호텔만큼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좋아하는 장소가 또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사순절 기간만큼은 좀 참아달라는 얘기다.

사순절기간에 초대교회로부터 이어져온 전통적인 관습을 세 가지만 꼽으라면 기도, 금식, 자선봉사’를 들 수 있다. 이 관습들은 모두 정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기도는 하나님을 향한 정의, 금식은 자신을 향한 정의, 자선봉사는 이웃을 향한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다. 사순절이 고리타분한 옛 습관의 전승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자신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를 새롭게 점검할 수 있는 특별한 기간인 것이다.

따라서 교회 절기로써 사순절을 의미 있게 경축하기 위해서 전통적인 의미를 현대적으로 이해하고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금욕적이고 율법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창의적이고 은혜로운 분위기가 되도록 격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관례적인 교회 행사나 시대정신에 뒤떨어진 불편하고 어색한 옛 관습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올해 부활절을 앞둔 사순절에 생명나눔 선포식을 정례화하고 한국 기독교계에도 생명나눔운동에 적극적인 동참과 협조를 강구하기로 했다.

감리교는 사순절 기간 동안 장기기증과 헌혈을 통해 한국교회가 선도하는 대국민 생명나눔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혔다. 국제사랑재단은 사순절 하루 한 끼 금식하여 북한에 굶주린 어린이들을 돕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사순절 기간 동안만이라도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실천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기도 하다. 이웃 사랑이라는 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웃을 이해하고 용납하는 작은 것부터 배워야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쉽지 않은 이유는 내가 도무지 관심이 가지 않는 이웃이 사랑의 대상이라는 것이고 심지어 내가 싫어하는 이웃까지 사랑해야한다는 것이다.

사순절의 의미와 분위기는 우리로 하여금 이런 결코 쉽지 않은 사랑을 실천 하도록 격려한다. 그동안 연락을 끊고 관심 두지 않고 살았던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의 안부를 묻고 평안을 비는 간단한 전화 한통도, 내가 사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무표정으로 대했던 이웃들에게 먼저 반갑게 인사하는 한마디를 실천하는 일, 이런 저런 이유로 따돌림 당하는 학우 또는 동료 직장인들에게 미소를 지어주고 작은 손을 내미는 것도 우리에겐 결코 쉽지 않은 사랑의 실천이다. 그동안 별 의미없다고 생각하여 오히려 귀찮고 매우 성가시게 여겼던 일들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여겨왔기 때문에 실천하기가 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실현 가능한 작은 사랑의 실천이야말로 사순절에 더 큰 의미를 발휘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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