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년 전 우리의 꽃 같은 자녀 314명이 진도 앞바다 차디찬 물에 잠겼다. 아직도 찾지 못한 실종자 9명이 깊은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는데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도, 선체 인양도 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생때같은 자식을 품에서 떠나보내야 했던 유가족들은 자녀의 허망한 죽음 앞에 아직까지도 숨쉬기조차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배안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의 말을 믿고 구조만을 애타게 기다리다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선체가 기울고 선실에 물이 차기 시작하는데도 선장을 비롯한 선원 모두는 승객들에게 “그대로 가만히 기다리라”고 거짓말을 하고는 자기들만 살겠다고 배를 버리고 탈출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년, 정부가 그 당시 선장과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이제 그만 하면 됐다”며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울 궁리만 하고 있다. 실체적 진실은 아직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숱한 희생자들과 함께 진도 앞바다 깊은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데 돈 몇 푼 보상금을 안겨주고 끝내려 하고 있다. 314명의 희생자 중 아직도 9명의 실종자는 시신도 찾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단은 지난해 11월에 발족된 이래 반년이 지나도록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 나머지 실종자를 찾기 위해 세월호 선체를 인양할 계획을 세웠지만 정부는 어머 어마한 비용이 든다는 이유로 인양 자체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314명의 생명을 앗아간 주범이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라면 314명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들을 두 번 죽인 것은 박근혜 정부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여러 매체에서 이미 언급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은 어쩌면 314명의 목숨을 구할 마지막 골든타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후 대통령은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도 없이 주먹구구식 구조에 허둥대고 있는 사고수습본부를 방문했다. 한 생명이라도 더 구조에 인력이 투입되어야 할 때 해경 등 많은 고위 관계자들이 현장에 손님으로 찾아온 대통령과 정부 관계자들을 영접하는데 투입됐다.

단 한명도 구조하지 못한 책임에 대한 따가운 화살이 무능한 정부에 돌아가자 이번엔 언론까지 나서 그 모든 배후의 책임을 구원파 유병언에게 돌리며 오로지 유병언 검거에 온 신경을 쏟았다. 그리고 어느 날 유병언이 죽은 채 발견되자 이번에는 그 책임을 해경에게 돌려 해경은 졸지에 바다에서 퇴출되는 기막힌 운명에 처해지게 되었다.

지금도 광화문 광장에는 세월호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유가족대책위원회 천막이 그대로 있다. 하지만 그곳을 지나는 시민들의 시선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져있다. “이제 그만하지, 그 정도 했으면 됐지” 하는 냉소와 무관심이 섞여 있다. 밝혀진 것도, 달라진 것도 없이 그저 시간만 1년이 지나갔는데 이제 그만하라는 것은 그냥 다 덮고 잊어버리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부활절을 앞두고 기독교계도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관심을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나타냈다. NCCK는 진도 앞바다에 배를 띠우고 선상예배를 드리며 국화꽃을 바다에 던지기도 했고, 한기총은 안산재래시장을 방문해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작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이벤트가 스스로 자위의 수단이 될 수는 있어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씻어내고 미래로 나가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세월호를 진정 극복하고 싶다면 아직도 깊은 바다 속에 잠겨있는 고철덩어리 선체가 아닌 그날의 진실을 인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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