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일본의 우편향 움직임에도 우리의 대응은 여전히 ‘미온적’
과거 일본국가주의에 굴복했던 한국교회, 일본 만행에 침묵으로 일관

일본이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기술을 포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지난 6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를 열어 독도 영유권 주장을 대폭 강화한 중학교 사회 교과서(지리·공민·역사)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검정 결과 발표로 일본 중학교에 사용하는 지리·공민·역사 교과서 18종은 모두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중 13종은 ‘한국이 독도를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일부 교과서는 ‘일본이 1905년 독도를 편입했다’는 주장을 싣기도 했다. 또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열도에 대해서도 교과서에 자국 영토라는 점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일본의 상당수 중학생들은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이 담긴 교과서로 수업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어린이들을 올바로 이해시키기 위해 교과서에 (독도와 센카쿠 열도 영유권에 대해) 정확히 기술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망발이 아닐 수 없다. 역사를 왜곡한 교과서로 어찌 어린이들을 올바로 이해시킬 수 있단 말인가.

이번 일본 교과서 왜곡은 겨우 진정 국면에 진입한 한일갈등을 더욱 증폭시킬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왜곡된 역사관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일본 정부에 강력히 항의했다.

외교부는 검정 결과 발표 직후 벳쇼 코로 주한 일본 대사를 초치해 ‘일본 정부가 역사 퇴행적 자세를 버리고 과거사를 직시하라’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또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을 비판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 정부가 왜곡된 역사관과 그에 기초한 영토관을 일본의 자라나는 세대에 지속 주입하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으며, 일본이 이웃국가로서 신뢰를 받으면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은 만큼 일본 정부가 진정성 있는 자세로 양국 관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외교청서(일본 외무성이 매년 공개하는 외교백서)’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한일간 외교적 갈등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사실 일본의 역사왜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일본은 아베 수상이 집권한 이래 우편향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거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 여러 나라에 역사적 상처를 남긴 일본이 반성은커녕 역사적 죄책을 망각하고 있다.

게다가 사실을 호도하며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우편향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할 만한 일이다. 이번 일본의 교과서 왜곡 사태를 두고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대만 등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비판이 폭주하고 있다.

일본 아베 수상은 집권 이래 위안부 문제에 관한 망언을 비롯해 731번호 훈련기에 탑승하고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등 한국과 아시아 여러 나라를 자극하는 정치적 행보를 계속해 왔다.
또한 자의적으로 침략의 정의를 해석하고, 전쟁 죄책 고백의 기념비적 사건인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재검토하고 수정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등 과거 침략 전쟁의 당사자였던 일본 제국주의의 역사와 죄책을 부정하는 입장을 공공연히 표명하기도 했다.

이러한 아베 정권의 움직임에 대해 한국과 아시아 여러 나라는 물론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조차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편협한 국가주의적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포퓰리즘적 망동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정권은 우편향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번 교과서 왜곡으로 그 야심을 더욱 드러내고 있다. 이는 과거 침략전쟁의 교훈을 철저히 외면하고 무시한 처사이다. 또한 중국 등 주변 국가들과의 군사적 대립을 첨예화하고 가속화 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갈등을 고조시키고 결국에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국제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것이 뻔하다.

이번 일본 교과서 왜곡 사태와 관련, 일본이 침략전쟁에 대한 올바른 역사인식과 책임인식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과거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합리화하고 미화하며 동북아시아에 형성된 신 냉전적 갈등구도를 강화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한일 외교관계가 신뢰를 바탕으로 구축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또한 우리 정부는 우선적으로 영토와 자주권에 관한 문제가 미래의 한일관계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한다. 또한 한국 외교부는 독도가 분쟁지역으로 국제사회에 인식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비록 소수라고는 하지만 일본 정부의 우경화와 군사 대국화에 반대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과 선린의 관계를 유지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일본 교회협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자 한다. 우리는 한국교회가 앞장서 일본 교회협과 일본교회, 일본의 지성인과 양심세력들이 바른 역사정립과 선린우호 관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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