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축제인 ‘퀴어문화축제 2015’가 오는 6월 서울시 한복판인 서울광장에서 개최된다. 지난해 신촌에서 열린 이 축제는 선정적이고 음란한 행위로 인한 논란 뿐 아니라 동성애자들과 반대하는 시민들 사이에 충돌이 빚어져 큰 혼란을 가져왔었다. 이런 행사의 개막식을 서울시가 올해는 서울광장에서 하도록 허락해 더 큰 혼란과 충돌이 예상된다.

한교연과 한기총 등 교계 연합기관들이 공동으로 반대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에 행사 허가 취소를 요청하고 나섰으나 서울시는 이미 허가한 사항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시민의 70% 이상이 반대하는 동성애 축제를 허가해 준 서울시의 결정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불만은 인권운동가 출신 박원순 시장의 정치적 입지를 직접 정조준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장 후보 시절이던 2011년 10월 ‘서울 시민 권리 선언’을 발표하면서, 인권 조례와 인권 헌장 제정, 인권위원회 설치 등을 공약했다. 2012년 인권 조례와 인권위원회를 만든 박 시장은 2013년 6월부터 인권 헌장 제정에 본격적으로 나서 그해 8월 인권전문가, 일반 시민 등 180명으로 구성된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서울시민 인권 헌장은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에 발표할 예정이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계획에 제동이 걸리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미국 순방 중에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 내용 때문이었다. 박 시장이 “한국에서 동성 결혼 합법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발단이 되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서울시는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기독교계를 비롯해 동성애를 반대하는 단체들로부터 더욱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 불똥이 박원순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인권 헌장으로 튄 것이다. 인권헌장 조항에 ‘성적지향’ ‘성별정체성’ 등 대상을 명시하는 안과 ‘누구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는 포괄적인 안을 놓고, 인권 단체와 반 동성애 단체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공청회도 무산됐다. 결국 표결 끝에 차별 금지 대상을 명시하는 안이 채택되었지만 서울시는 합의가 아닌 표결이라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시는 인권 헌장과 관련, 사회적 갈등이 번지자 표결이 아닌 합의를 통해 헌장이 만들어지길 바라는 입장을 시민위원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입장은 사실상 정치적으로 더 큰 꿈을 꾸고 있는 박 시장의 의중이기도 했다. 박 시장은 인권 헌장 제정의 당초 의도와는 달리, 제정 과정에서 동성애 관련 갈등이 부각되는 것에 대해 편치 않은 심기를 드러냈다. 이후 기독교계에서 동성애 옹호자라는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자 박 시장은 교계 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동성애를 옹호한 적이 없다”며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 박 시장이 이번 동성애 축제 서울광장 개최와 관련해 또다시 동성애 옹호 구설수에 오르자 이번에는 담당 공무원 소관이라며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 시장의 이 같은 태도는 서울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명 제정과 마찬가지로 “나는 모르는 일”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것이 일선 공무원의 소관업무라 할지라도 대다수 서울시민들이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문제까지 나 몰라라하는 것은 1천만 서울시민들을 대표하는 서울시장이 취할 태도는 분명 아니다. 어쩌면 박원순 시장은 앞으로 더 큰 정치적 꿈을 이룰지, 아니면 인권운동가에 머물지 스스로 기로에 서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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