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 성 택 목사
시대를 옮겨 우리의 현실로 온다.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이라는 이 한마디는 일제 강점의 박해시절, 평야에서 복음을 전했던 최권능 목사의 외침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짧고 간결한 메시지가 발휘한 힘은 한국 교회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고, 신앙의 원초적 자세를 견지하도록 만드는 메시지였다. 이 처럼 복음의 핵심은 천국과 지옥이 상징하는 종말에 대한 경고와 준비에 있다. 일제의 어두운 긴 터널을 지나오는 동안 한국의 전도자들의 생명을 걸고 하늘나라를 전파했고, 영원한 소망과 하늘의 기쁨과 상급을 소개하고 가르쳤다. 이들은 울며 금식하고, 처절하게 회개하며 한국교회를 천국의 소망으로 부흥을 이끌었다.

회개와 천국의 멧세지는 전도자의 시작이요 마지막이며 궁극적인 종착지이다. 예수의 길을 예비하기 위해 등장한 세례요한의 첫 외침이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였고(마 3:2), 세례를 받으신 예수의 공생애 시작 첫 메시지 역시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였다(마 4:17). 이 회개와 천국에 무관심하거나 소홀히 여겨 세상의 것들을 추구하는 거짓된 종교지도자들을 향하여 하나님의 사람들, 곧 이 시대의 양심있는 전도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주님과 세례요한 같은 거룩한 욕설일 것이다. 적어도 한국교회가 ‘천당과 지옥’을 설교하면서, 주의 죽으심과 재림과 심판을 외쳤던 그 시대에는 아무리 힘들고 어렵고 고난의 연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는 스스로 자랑스러웠고, 세상은 교회를 두려워하면서도 존경하는 성역이었고, 소외된 이들에게는 그 아픔을 안고 찾아들어 울 수 있었던 안식처였다. 이때의 설교자들의 거룩한 욕설은 지나칠 정도의 경직성과 정직성을 띠고 있었다. 그것이 한국교회의 순결성과 도덕성을 담보하는 상징이었고, 스스로 배고프고 힘들어도 전도자들의 자존심이었다. 언제부터 이들이 위선자로, 시대에 뒤떨어진 고집불통의 유연성 없는 목회자로 배척당하기 시작했다.

이로인해 오늘 날 한국 강단에서 ‘천당과 지옥’ ‘재림과 심판’의 메시지가 사라진지 오래 되었고 기름바른 듯한 번지르르한 거짓 위로와 축복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도둑들과 사기꾼, 행음자와 이단들을 앞에 두고도 그들의 죄악을 향해 돌격하고 충돌하던 무섭고 강한 설교는 이미 강단에서 사라졌다. 이유는 단 하나, 그들이 교회를 떠나 다른 교회로 옮겨 갈 것이기 때문이며, 그들을 잃기 싫은 속마음으로 인해 겉으로는 불쌍한 영혼에 대한 사랑과 위로라는 거짓된 위선으로 현혹한다. 유력인사의 수가 이미 그 교회의 자랑이 되었으며, 목회자의 지명도가 교회의 자부심이 되었다. 그곳에는 이미 예수님은 없고 천당은 현실에서 실현되었으며, 지옥은 이미 없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거짓된 용서와 위선적 위로는 있어도 치열한 회개와 엄중한 권징은 없다. 교회에서 천국과 지옥은 이미 신화적 이야기가 되었다.

그러나 살펴보면 주님은 단 한번도 어떠한 죄에 대해서도 유연하신 적이 없다.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비록 정죄하지 않으셨지만, 단호하고 엄중하게 “다시는 그런 죄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하셨다. 한국 교회는 간음자의 용서는 남발하면서 그를 향한 경고에 인색하다. 유력한 정치인들과 부자와 유명인들의 출석과 그들의 헌금에 관심이 있기에 그들의 죄를 지적하고 회개를 호소하기보다는 인간의 연약함을 들어 위로하고 축복하기에 바쁘다. 이런 이유로 ‘천당과 지옥’을 외쳐야 할 설교자의 눈에는 저 불쌍한 양떼들의 상처받은 영혼이 보이지 않고, 그들의 주머니를 뒤지는 도적들이 되었고, ‘재림과 심판’을 외치며 천국과 지옥을 가리켜야 할 목회자의 시선이 온통 화려한 교회건물에 머물며 그 발이 동분서주하는 분주함을 훗날 어떻게 심판을 받을 것인가?

복음과 천국과 영원한 생명을 사랑하고 전파는 주님의 피로 맻은 우리 동역자들이여!! 거룩한 주님의 욕설을 배우자. 사순절이 다하여 가고 부활의 아침을 기다리며 설교를 준비하는 우리의 가슴속에서 주님의 불같은 성정으로 당신의 사랑을 나타내신 그 거룩한 분노를 담아내자. 더 이상 침묵하면 한국교회의 생명은 죽고 내일은 없다. 거짓된 설교로 부활절의 허상을 키우지 말고, 불쌍한 이 나라, 이 민족, 이 땅의 푸르디푸른 사랑하는 아들딸들의 미래를 위하여 오늘도 말씀을 뒤적이며 거룩한 분노의 주님의 형상을 따라 부활절 아침에 거룩한 욕설이 담긴 설교를 준비하자. 그 길이 전도자가 가야할 좁은 길이다. 주 예수여 어서 오시옵소서.

<끝>그리스도대학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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