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바 울 목사
1년 전 오늘, 물살을 가르며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 수학여행의 부푼 꿈을 안고 깔깔 거리던 어린생명들을 가득 채운 배는 목적지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갔다. 하지만 어린생명들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고, 고통과 괴로움만 남았다. 시커먼 바다는 무려 6825톤의 배를 집어삼켰고, 탑승자 476명 중 295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꽃을 채 피워보지도 못한 어린생명들이 바다 속 깊은 곳에 매장되어 버렸다. 순전히 어른들의 잘못으로 꿈의 날개도 펴보지 못한 어린생명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그로부터 1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하리만큼 빨리 지나갔다.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에게는 끔찍한 1년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을 한순간에 잃어버린 생각하기도 싫은 한해가 됐을 것이다. 진도 팽목항의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여전히 아들, 딸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유가족들의 절규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 광화문 광장의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도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다. 노란리본의 물결이 온 국민의 가슴에 남았고, 진상규명을 위한 다툼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모든 것을 잊고 꽃다운 나이에 비명횡사한 어린생명들만을 생각하고 싶다. 진보와 보수 이념논쟁 따위는 접어두고, 꽃봉오리 같은 어린아이들을 위해 마음껏 슬퍼하고 싶다. 그들의 마지막 절규의 외침을, 그들의 마지막 문자메시지를, 그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한 명의 목회자로서 조용히 기도하고 싶다. 진상은 반드시 규명되어야겠지만, 오늘만큼은 잘잘못을 떠나 올곧이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 한국사회, 한국교회에도 도미노처럼 번져 온전히 선체인양과 실종자들의 수습을 위해 기도하고, 세월호 참사의 모든 진실이 규명되기를 기도하고,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회복을 위해 기도하는 분위기가 전국에 확산됐으면 좋겠다. 서로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보다 일심동체의 마음으로 안타깝게 생명을 잃어버린 그들을 위해 위로의 기도를 드렸으면 한다.

더불어 이 땅에서 더 이상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인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매사에 주의를 기울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특히 어른들이 어른답게 행동해 자라나는 아이들이 본받을 수 있도록 정도의 길을 걷기를 기원한다. 물질만능주의에 함몰되어 생명존중을 저버리지 말고, 무엇보다 생명이 존귀하다는 마음을 먼저 먹기를 소원한다.

한 가지 더 보태자면 세월호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이 두 번 상처받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그들을 향한 온갖 억측을 자제하길 바란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이념논리에 빠져 꽃봉오리 같은 어린생명이 꺾인 것을 호도하지 말길 간절히 호소한다. 희생자 유가족들의 좁은 어깨를 감싸주고, 말라버린 눈물을 겸손히 닦아주길 원한다.

한국교회도 단순히 세월호 1주기 추모예배를 드리는 형식에서 머무르지 말고, 희생자들을 진심으로 위로하는 동시에 생존자와 유가족들의 정신적, 신체적 상처를 보듬어 주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들의 찢겨진 마음에 도움의 손길을 건네 일상으로 돌아와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과 사랑으로 그들의 편에 서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야 한다. 한국교회가 누구보다 앞장서 그들의 고통과 괴로움의 눈물을 닦아 줄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2015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꼬박 1년이 지났다. 오늘은 모두 내려놓고, 안타깝게 생명을 잃어버린 어린 아이들을 위해 조용히 기도하는 하루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예장 장신 증경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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