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호 관 목사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물으면 답은 천태만상이다. 평상시 관심을 갖는 분야에 따라서, 혹은 각자가 처한 환경이나 처지에 따라서 각각 의 답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원체 다양하고 복잡해서 통일된 답안을 작성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러기 때문에 여러 매체들의 뉴스를 종합하여 어느 정도 근접한 답안을 작성할 수밖에 없다.

가장 시급한 것은 경제문제이다. 거기에 따르는 부수적인 문제들이 하도 많아서 그리 보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우리는 IMF 라는 경제폭탄을 맞아본 괴로운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경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어서 더욱 그러하다. 다음, 대북문제 혹은 통일문제는 70년 해 묵은 과제요 숙원임에 틀림이 없고 북쪽이 별종의 체제라서 우리의 심기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그리고 뿌리 깊은 부정부패척결이 모든 사람의 관심과 시선을 모으는 현안이다. 오랜만에 여야가 합의하여 공무원연금개혁안을 도출해내는가 싶더니만 이번에는 국민연금 때문에 설왕설래하고 있다. 이런 사안들이 하나같이 시급하게 해결을 봐야할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런 현안들은 국운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다만 이런 일들이 여론의 중심에 자리를 잡고 뉴스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하여 극도로 혼란스럽게 하기 때문에 좌시할 수 없는 현안으로 보일 뿐이다. 그래서 이러한 현안들은 모두 부수적인 것으로 보자는 것이다. 나라가 있는 한 이런 문제들은 항상 있을 수밖에 없는 필요악과도 같은 일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이 완전히 해소되거나 해결되는 일은 거의 없다. 어느 정부든 항상 현안으로 안고 가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감기 몸살 정도는 그야말로 병가지상사가 아닌가? 그러나 심장이 멎는 일은 경우가 다르다. 급할 뿐 아니라 생사가 갈릴 만큼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심장이 멎는 일과 같이 다급하고 중요한 현안이 무엇일까? 한 마디로 그 답을 우선 말하면“가정이 붕괴되고 있다.”는 그 문제이다. 이렇게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도무지 신경을 쓰지 않으며, 문제의식을 갖지도 않는다. 그렇게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가정들이 비탈에 선 나무와 같아서 예사롭지가 않다. 가정을 중심으로 그 변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아주 심각한 사안들이다. 우선 결혼이 필수과목에서 선택과목으로 밀렸다. 결혼하지 말자! 홀로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홀가분하고 편하다. 이런 풍조가 만연되어서 결혼연령이 남자는 33.2세 여자는 29.8세로 높아졌다. 그러다보니 이 나이에 꼭 아기를 낳아야 하는가? 나는 애 낳는 기계가 아니라며 무자식 상팔자 예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대한민국은 초저출산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그리고 이혼율이 급증한다 싶더니만 어느새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선두자리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초 고령사회가 되어서 노인천국을 이루었다. 이런 문제들 모두 허약한 가정에서 비롯되는 망국의 증상들이다.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과연 교회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교회가 말씀대로 건강한 가정이 세워지고 유지되도록 바르게 지도하였더라면 이 지경은 면하였을 것이다. 사도 바울은 가정의 근본이고 핵심인 부부생활에 대하여 남편은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함이 성령 충만한 부부의 삶이라고 가르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아내를 사랑하되 주께서 교회를 사랑함 같이 하고, 복종하되 교회가 주께 하듯 하라고 가르쳤다.“교회 같은 가정, 가정 같은 교회”를 지향하는 건강한 교회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는 영생복락에 매몰되어 있거나 교회중심의 생활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마치 가정이 교회생활 혹은 신앙생활의 장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잘못 가르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라도 국민적 관심을 가정으로 모아야 한다. 그것이 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기쁘신 뜻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가정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지으신 지구촌을 행복한 하나님의 왕국으로 만드시기를 기뻐하신다. 그래서 창조와 함께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가장 먼저 세우셨다. 이것이 이 세상을 위하여 하나님께서 세우신 기본계획이요, 원리이다. 이 기본적 원리에 입각하여 세워지는 건강한 가정이 계속해서 세워지고 유지되어야 한다. 가정이 이 나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고 해답이기 때문이다.

예장개혁 증경총회장·본지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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