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 이렇게 / 엄마를 씹어 먹어 / 삶아 먹고 구워 먹어 / 눈깔을 파먹어 / 이빨을 다 뽑아 버려…”

이 잔혹동시는 모 초등학교의 어린이가 쓴 것으로, 동시집 <솔로강아지>에 수록됐다. 이 동시집은 이 잔혹동시 말고도 이 어린의 동시 58편이 수록됐다. 누가 보아도 이 잔혹동시는 초등학교 학생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믿기지가 않는다.

이 잔혹동시는 분명 오늘 초등학생부터 중·고등학교 학생을 둔 부모라면, 모두가 그냥 지나쳐버려서는 안될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아이들에게 공부만을 강요하는 오늘 대한민국 가정의 면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상대를 죽이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공부만을 강요하며, 아이들을 괴물로 키워왔다. 따라서 우리의 아이들은 하루에 4-5군데의 학원을 전전하며, 스파르타 교육을 받고 있다. 이 잔혹동시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때’는 대한민국 어린이의 공부만을 강요하는 부모를 향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는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인성교육은 뒷전에 밀어놓고, 아이들에게 공부만을 강요하며, 이것이 바로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교육해 왔다. 이것이 경쟁으로 벌어지면서,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급기야는 ‘존속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치열한 입시중심의 교육을 받은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모두가 괴물이 되어 부모도, 이웃도 없다. 오직 자신만 있다. 그리고 증오와 분노만 가득하다. 이렇게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이며, 공동체성을 상실했다. 한마디로 최소한 남에게 필요한 존재, 남이 필요로 하는 존재, 남에게 받아들여지는 존재로서의 갈망을 상실한 것이다.

이 잔혹동시는 당연히 사회적 논란거리가 되었다. <솔로강아지>를 출판한 출판사 가문비는 동시집에 수록된 ‘학원가기 싫은 날’로 불거진 논란에 대응해 책을 전량 회수·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문제의 잔혹동시 작가인 A학생의 아버지는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수 및 폐기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잔혹동시를 쓴 A양의 부모는 이 동시집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자, 출판사의 동시집 회수·폐기 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A양 아버지는 10일 언론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출판사의 뜻에 따라 동시집 전량 폐기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면서, “폐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논란이 된 동시집 <솔로강아지>를 전량 회수해서 폐기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오늘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부모의 잘못된 교육방법으로 인해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혼자만 살아남기 위해 경쟁적인 입시중심의 교육방법’은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아이들을 탐욕에 길들여지게 만든 것은 물론, 아이들을 사람이 아닌 ‘괴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입시경쟁에 지친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왜 학원과 공부를 강요하는 부모를 향해 이와 같은 감정을 표출했을까(?) 하는 문제이다. 그것은 분명 우리가정과 나라에 희망이 없다는 말로 받아 드려진다.

이 잔혹동시가 말해주듯 대한민국 가정의 어린이 10명중 1명은 공부만을 강요하는 부모가 싫어 가정을 뛰쳐나가는 경험을 했고, 이들 중 상당수는 부모의 가슴을 향해 비수를 갈고 있다. 그것은 계속해서 일어나는 존속살인과 갈수록 늘어나는 가정해체에서 해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사랑과 생명을 강조하는 한국기독교인이 없어서인가(?) 아니면 부모의 학식이 낮아서인가(?) 이해를 하려고 해도 이해가 안 간다. 이 잔혹동시의 작가인 A양의 생각은 A양만의 생각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대한민국 어린이 모두의 생각은 아닌지, 아이를 둔 부모라면 모두 한번쯤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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