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보 연 교수
우리나라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노인빈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채 인식하기도 전에 대가족 분열과 저출산의 도미노현상이 급가속 되어 노인빈곤 문제는 갈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노인들의 연금 소득 대체율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홀로 사는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이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2011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중 48.6%로 가장 높았다. 이것은 2위인 스위스의 두 배나 된다. 특히 2013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1인 세대의 노인 빈곤율은 74%로 노인빈곤이 1인 가구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서 ‘빈곤율’은 가처분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중위 소득의 50% 이하에 속하는 비율을 가리킨다. 이와 반대로 은퇴 후 주요 수입원인 연금의 소득 대체율은 은퇴 전 개인소득과 비교해서 은퇴 후 받는 연금 수령액의 수준을 의미하는 지표이다. 즉 세후 기준을 말한다. 문제는 연금 수령액이 은퇴 전 소득에 절반도 미치지 못해, 기대수명이 상대적으로 증가한 고령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갈수록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여생을 평안하게 보내야할 고령자들이 오히려 쉬지 않고 일자리 찾기에 전념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노동시장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5.1%인 640만 6천여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것도 국내인구가 빠르게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65세 이상 인구의 취업자 비중은 31.3%인 200만명을 웃돌았다.

인구고령화 속도와 노인 빈곤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노인 취업자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2012년을 기준으로 연금의 소득 대체율은 OECD 회원국의 평균인 65.9%에 한참 못 미치는 45.2%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기구가 권장하는 연금 소득 대체율이 70-80%인 점을 감안하면 한참 낮은 수치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노인들은 경제적으로 빈곤의 늪을 헤어나오지 못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연금 소득 대체율이 우리나라 보다 낮은 나라는 고작 멕시코, 일본, 뉴질랜드, 아일랜드뿐이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로 가는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연금 소득 대체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노인 빈곤의 문제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 더욱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층 근로자를 수용하는 노동시장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이들이 절대빈곤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노인들이 핵가족화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가족들과 단절되어 가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노인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자녀들에게 내어주고, 정작 자신의 노후를 돌볼 수 있는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결국 자신들은 빈곤에 허덕이며 황혼시대에 힘들게 살아가는 것이다.

문제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인들을 책임질 인구가 급속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4-5명이 노인 한분을 책임지고 있는데, 2030년도에 이르러서는 2명이 노인 한분을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것은 노인들에 대한 대책이 구체적으로 강구되지를 않으면, 노인 빈곤은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그럼에도 정부를 비롯한 관련 사회단체에서 내놓고 있는 노인인구의 급증에 따른 대책들은 이렇다 할 정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부와 사회단체들이 핵가족화 방지와 출산율 증가 등 보다 심층적인 노인빈곤 퇴치를 위한 대책을 세우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이와 함께 고령사회에 맞춰 노인들이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여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실버 일자리 창출도 절실히 요구된다.  
/굿-패밀리 대표, 개신대 상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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