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유공자를 추모하는 현충일이 6월 6일이고,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날이 6월에 들어있다. 예전에는 6월이 되면 ‘호국보훈의 달’ 이라고 쓴 리본을 달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기억하는 일은 과거에도 예외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현충일이 토요일과 겹치는 바람에 현충일에 대한 의식이 더욱 희박해지고 조기를 게양하는 사람도 더 적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올해로 6.25전쟁 발발 65주년이 된다. 1950년 6월25일 새벽 북의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은 3년 1개월간 민족상잔의 잔인하고도 끔찍한 대비극으로 이어졌다. 그 당시 풍전등화와 같던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전쟁에 뛰어든 국군 중에 41만5천여 명이 전사했으며, 총 131만2천여 명이 희생됐다. 미군은 전사자 3만3천여 명, 비전투 희생자 3,275을 포함하여 총 3만6천여 명이 희생됐다. UN군은 총 1만6천여 명이 낯선 대한민국 땅에 잠들었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나라에 바친 유가족들에게 6.25는 잊혀진 과거가 아닌 아직도 계속되는 비극이요 참혹한 현실이다. 하지만 6.25를 임진왜란이나 8.15광복절과 혼동할 정도로 역사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한 청소년들에겐 이해할 수도 이해되지도 않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해마다 6월이 되면 ‘호국보훈의 달‘이라며 요란하게 떠들어 댄다. 현충일을 전후해서 동작동 국립묘지와 대전 현충원, 부산 UN군 묘지가 북적인다. 지도자들은 행사 때마다 국가는 그대들을 영원히 잊지 않겠노라고 반복적으로 떠들어댄다. 하지만 그 때뿐이다. 6월이 지나면 곧 잊어버린다. 대한민국 지도자들과 정부, 국회는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

오늘날 애국을 주제로 말하라고 하면 모두가 거품을 물고 지론을 편다. 한마디로 애국자가 아닌 사람이 없다. 그러나 하나뿐인 목숨과 젊음을 초계와 같이 조국에 바친 6.25참전용사들은 아무 말이 없다. 나라 사랑에 대한 주장과 구호만 난무할 뿐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하지 않은 사람들이 떠드는 그 어떤 논리와 철학도 공허할 뿐이다.

애국자에 대한 존경과 예우는 그 어떤 사후 보상으로도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에 대한 대가를 그 어떤 보상으로 가치를 산정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국가가 최소한의 명예로운 보상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국가가 위란에 처했을 때 어느 누가 앞장서 싸울 것인가. 또 누가 젊은 군인들에게 나라를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나가 싸우라고 명령을 내릴 수 있겠는가? 정부는 전쟁터에서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운 참전용사들을 예우하고 이들을 본받도록 젊은이들에게 권하는 것이 최상의 국가안보정책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오늘도 최전방 155마일의 전선은 65년 전과 변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남.북간의 얼어붙은 관계는 역사의 시계추를 거꾸로 돌리는 듯하다. 그러나 잊혀진 전쟁이 아닌 현재진행형 전쟁을 언젠가 반드시 평화롭게 끝내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속히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신뢰관계가 지속될 때 민족통일의 밑거름이 쌓여 민족과 겨레가 그토록 바라고 원하는 진정한 평화 통일이 앞당겨질 수 있다. 그것만이 잊혀진 전쟁에서 목숨을 바친 애국자들과 그 유족들에게 명예롭게 보상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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