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생명 안
검푸른 어둠의 한복판에
겨자씨만한 빛 한 톨을 떨구어

물 주듯
가슴 한 방울
붓고
거름하듯
정성도 한 움큼
뿌려

마침내
그 어둠을
한 줌씩 무너뜨려 가는
삽질의 기쁨

그것을
한 올씩
엮어
매무새 무던한
옷 한 번씩을
새로이
지어 내는
생명의
뜨개질의 보람

▲ 정 재 영 장로
가르치기란 교육의 순수 우리말이다. 시인이 명예교수라는 직분을 받기까지 평생 봉직한 교육자의 심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것은 선생님이라는 직업군의 사람들에게는 물론, 자식을 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보편적 이야기다. 그래서 동질감이 강하다.

교육은 어둠을 깨뜨리는 행위다. 어린 생명의 어둠 한복판은 무지의 원래 모습이다. 교육은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기에 빛은 진리의 상징어다. 곧 어둠을 제거하기 위해 ‘빛 한 톨’ 비치는 것은 진리를 전달하는 의미다. 첫 연이 교육의 정의다.

2 연은 교육 방법론이다. ‘가슴 한 방울’의 물이란 교육자가 가지는 마음, 즉 진정과 순수함의 형상화다. ‘거름하듯/ 정성도’라는 말은, 교육은 마음으로만 되는 것이 아닌, 실행의 실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교육은 성장을 위한 양육이라는 정의가 성립된다. 3 연의 삽질은 교육이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닌 수고로 이루어지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 희생의 기쁨을 말한다. ‘무너뜨려 가는’ 말과 ‘무너뜨리는’ 말의 의미는 다르다. 전자는 진행형이고, 후자는 완료형이다. 이 말에서 교육이란 시간의 필요성을 암시하고 있다.

마지막 연에서 교육을 뜨개질로 비유한다. 뜨개질에서 중요한 것은 ‘한 올씩’이다. 그것은 옷감을 잘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천조차 만들어야 하는 작업이라는 것이다. ‘한 벌씩’이라는 것도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내용의 함축어다. 즉 가르치기란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전인격적이고 종합적인 인간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말이다. 그것은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어 마침내 옷을 한 벌 지어내듯 교육의 과정과 가치와 보람은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숨겨두고 있다.

교육이라는 주제를 겨자씨 같은 빛이 유용한 옷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으로 그려내는 것처럼, 시란 형상화 작업이라는 시론과 실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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