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가 온 나라를 집어 삼키고 있다. 정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안일한 대응이 부른 이번 사태는 마치 담뱃불이 온 산을 태우듯 기세 좋게 번져나가고 있다. 가뜩이나 나라 살림도 어려운데 사회 전반의 활동에 큰 차질이 발생하면서 생산·소비·수출까지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시시각각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소식에 극심한 공포감을 느껴 아예 밖에 나가기를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메르스 자체 보다는 그로 인한 사회적 공황상태 치유가 더 시급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은 우선 메르스를 차단하고 진정시키는 것이 시급한 일이지만 막연히 두려워만해서는 오히려 더 화를 키울 수 있음을 차분히 생각해 봐야 한다. 2009년 신종 플루 사태 때도 환자 추세에 따라 ‘냄비’처럼 끓었다 식었다 하다가 오히려 사태를 장기화시켰다.

큰일이 터지면 가장 먼저 피해가 닥치는 곳이 소외계층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소외계층이나 노숙자들을 위한 무료급식소가 거의 문을 닫은 것이 그 증거이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서울시가 관리하는 무료급식 경로식당 159곳 중 93%가 문을 닫았다고 한다. 노인이나 장애인들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들도 대부분 휴관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어려운 이때에 복지시설의 급식마저 중단되면 노숙자나 소외계층은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 학교도 휴업하는 마당에 수백 명씩 모이는 시설을 그대로 운영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나. 경로당이나 복지관과 같은 곳은 지역 노인들이 집안에서 가급적 나오지 않도록 하는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문을 닫을 수 있지만 하루하루 급식으로 연명하는 사람들에게 급식을 끊으면 차라리 굶어 죽으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이다.

메르스 감염 의심자로 분류되어 자가 격리 조치를 받아야 하는 소외계층은 더욱 심각하다. 일용직이나 허드렛일로 하루하루 벌어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집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하면 당장 어떻게 넉고 살라는 말인가. 그나마 가족이 있으면 다행인데 아무도 돌봐 주는 사람이 없는 집에서 홀로 사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막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소한 메르스 때문에 굶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집단 급식이 어렵다면 가가호호 가정을 방문해 도시락을 배달해서라도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힘에 부쳐 소외 계층을 돌볼 수 없다면 한국교회가 나서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가 힘을 합해 돕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여전도회 등 교회의 봉사인력을 총동원해 생필품과 음식료품을 공급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다 같이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많은 성도들이 회집하는 교회에도 적잖은 영향이 미치고 있다. 주일예배의 경우 많은 사람들 중에 혹시 모를 감염 우려로 아예 교회에 가지 않고 집에서 따로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메르스를 조심할 필요는 있지만 지나치게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면 이겨낼 수 없다.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민관 모두 총력을 기울이되 과학적 근거가 없는 공포감의 확산은 경계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독감으로 1년간 사망하는 사람이 2천4백명이나 되고 폐렴으로 인한 하루 사망자가 30명이라는 사실을 놓고 볼 때 손 씻기 등 개인위생 등을 철저히 하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 오히려 막연한 두려움이 더 큰 병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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