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짐승으로 달려와
숨을 고르고 있는
끝과 시작의 교차점

뭍이 끝나는 곳에서
바다가 열리고
바다가 끝나는 곳에서
뭍이 열린다

땅끝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 정 재 영 장로
시는 과학적 진술어인 르포나 기사와 달리, 담긴 내용을 그대로 읽어서는 안 된다. 묘사와 진술 속에 시인이 숨겨놓은 마음, 즉 은유의 속내를 밝혀내야 한다.

첫 연 ‘달려온 짐승’은 해남에 있는 한 반도의 지정학적 의미가 일차적이지만, 화자의 인생을 담고자 함을 엿보아야 한다. 그 말은 모든 살아있는 존재의 총합적 지시어다. 짐승이란 땅과 바다의 무생물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명체를 일컫는다. 생존을 위해 사는 생명체의 본능적 거친 모습을 감각화한 것이다. 이것은 다음에 이어서 나오는 존재의 끝과 시작의 모든 현상적 의미를 담아내고자 함이다. 인생의 기원과 종말을 우주론적인 담론으로 연장, 확장시키는 상상에 의존하여야 한다.

모든 것은 시작과 종점이 있는 듯하지만, 실은 그것은 겉모양일 뿐이다. 그곳은 언제나 교차점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끝은 존재의 삶과 죽음, 즉 이생과 피안의 세계 등은 서로 손을 잡고 있는 이어짐이다. 중단이 아닌, 연속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하여 땅 끝에 있는 마을을 비유로 들어왔다. ‘끝나는 곳에서 열린다’는 말은 문이 닫혀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닌, 다시 여는 것처럼 새로운 세계의 시작하는 현시의 끝과 내세를 의미한다. 동시에 절망이 소망으로 변하는 전환점이다. 여기서 땅 끝이라는 장소가 보여주는 절망과 바다라는 더 넓은 세계의 시작이라는 희망을 이중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수사학적인 면에서 보면, 뭍과 바다의 양극화 제시로, 대륙과 해양은 이생과 피안을 구체적으로 드러냄으로, 철학적이자 종교적 담론으로 강제적으로 인입시켜준다.

땅 끝의 의미와 새로운 시작의 세계가 연결을 통해 상상을 감각적으로 드러냄으로, 생과 사의 담론을 육화시키는 기법은 융합시의 특징의 정확한 토대에 세워졌다. 양극화가 가지고 오는 컨시트는 수사학적 시도이고, 가슴을 울리는 감명은 문학의 목적론으로, 통징이라 한다.

한국기독교시인협회 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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