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희 신 목사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년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산출하는 부패지수를 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부패지수는 43위로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적 위상을 고려했을 때 그리 투명한 나라가 아니다. 투명하고 정직한 사회를 위해서는 갈 길이 먼 셈이다.

이를 반영하듯 언론 지상에는 온갖 부정부패의 소식들이 연일 들려오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에 비리가 만연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어떨까. 한국교회 역시 곳곳이 돈과 관련된 온갖 부패와 비리로 얼룩져 있다. 오히려 일반 사회보다 더욱 구린내가 물씬 풍겨 나오고 있다. 한국교회를 둘러싸고 터져 나오는 비리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사회적으로 심각한 물의를 일으키는 것과 동시에 교회의 도덕성 추락이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인간 양심의 최후 보루인 교회에서조차 돈에 의한 비리가 끊임없이 발생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삶의 의욕을 앗아가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믿기지 않는 비리가 교회 곳곳에서 터져 나올 때 성도들이 느끼는 허탈감과 분노감은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

병든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성도들과 국민들의 실망감을 위로해 줘야 할 교회가 본연의 자세를 잊고 타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다. 돈이 교회를 타락시키고 사람을 추하게 만들고 있다는 현실 앞에 신앙조차 내팽개친 오늘 우리 교회의 모습을 볼 때 한국교회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저절로 나오게 마련이다.

특히 최근 모 연합기관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권력 투쟁은 이런 의미에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단 검증을 위해 모 목사가 다른 목사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양심선언을 했는데 이를 두고 갖가지 억측이 난무하다. 돈을 받았다고 지목된 목사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펄쩍 뛰었다. 속된 말로 ‘준 X은 있는데 받은 X은 없는 셈’이다. 게다가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돈이 이단 검증을 위해 오고 갔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여부를 떠나 이단의 규정과 해제에 불법적인 돈이 오고 간다는 의혹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대표적인 연합기관들 뿐만 아니라 각 교단과 교회에서조차 금품이 오가는 일은 더 이상 쉬쉬할 만큼 비밀스러운 일도 아니다. 매년 연합기관들이나 교단들의 대표를 선출한 때면 어김없이 금품수수와 부정선거 시비가 벌어지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개교회에서도 교회 재정의 사용 여부를 두고 끊임없이 시비가 벌어지고 있다. 이는 규모가 큰 대형교회일수록 더욱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내로라하는 목사들이 돈의 유혹에 쉽게 신앙을 저버리고 있다.

이제는 교회가 더 이상 타락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가로막는 장애이며 교회를 몰락시키는 신앙의 질병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구조적 문제를 과감하게 개혁해 나가는 길만이 현재 타락한 교회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재정의 운용을 모두 교인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또 교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서 더 이상 교회 지도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교회를 살리는 일이다.
 
예장통합피어선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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