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메르스 여파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신뢰의 붕괴이다. 최초 발생 한 달이 다 되도록 역병을 막지 못한 것은 정부의 무능, 대형병원들의 오만, 환자 개개인의 무책임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 어디에도 제대로 된 소통은 없었다. 정부는 업적 홍보를 위해 정보를 숨기고, 대형병원들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을 동원했으며, 환자들은 자신의 병을 감추기 위해 입원 사실을 숨겼다. 이렇게 서로를 속이는 동안 두려움은 확산되고, 메르스는 악화됐다. 신뢰의 붕괴가 끔직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신뢰의 붕괴가 어디서 연유하는가이다. 신뢰의 붕괴는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심판 없는 부패와 불의가 오랜 세월을 걸쳐 쌓인 결과이다. 말 그대로 적폐의 결과이다. 가장 큰 요인은 나라의 실권자들, 기업의 오너들, 사회 지도층이 오직 출세와 성공을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저지른 불법, 탈법, 비리, 거짓말이다. 그러함에도 권력을 이용한 면책과 업적을 앞세운 온정주의 등이 불신의 기제로 쌓여서 나타난 결과이다. 그러기에 갖가지 의혹에도 불구하고 임명권자의 절대적인 신뢰와 ‘관운’ 덕에 권력 2인자가 된 황교안 총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신뢰의 회복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이고, 전직 교육전도사이기도 했다니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삼일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