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 태 영 목사
황교안 국무총리 지명자가 국회 인준 절차를 마치고서이다. 다음날 모 일간지 기사가 유달리 눈에 띄었다. ‘관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거다. 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그렇고, 야당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음에도, 마침내 총리가 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거기다 온 나라를 두려움에 빠뜨린 전염병(메르스)으로 언론의 관심을 비켜 갔으니 그런 행운 어디 있겠느냐는 거다. 그가 지금까지 공인으로 살아온 모습은 보통 사람들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것들이다. 본인 역시 명쾌하게 해명한 것도 없다. 그럼에도 그런 사람이 총리가 됨으로써 그가 성공을 향해 살아온 방식들이 우리 사회 정서와 가치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고뇌는 없고, 단지 ‘성공적으로’ 총리가 되었다는 사실만을 평가한다면 그거야 말로 영혼이 없는 기사일 것이다.

마침 메르스 여파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직면한 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신뢰의 붕괴이다. 최초 발생 한 달이 다 되도록 역병을 막지 못한 것은 정부의 무능, 대형병원들의 오만, 환자 개개인의 무책임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 어디에도 제대로 된 소통은 없었다. 정부는 업적 홍보를 위해 정보를 숨기고, 대형병원들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을 동원했으며, 환자들은 자신의 병을 감추기 위해 입원 사실을 숨겼다. 이렇게 서로를 속이는 동안 두려움은 확산되고, 메르스는 악화됐다. 신뢰의 붕괴가 끔직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신뢰의 붕괴가 어디서 연유하는가이다. 신뢰의 붕괴는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심판 없는 부패와 불의가 오랜 세월을 걸쳐 쌓인 결과이다. 말 그대로 적폐의 결과이다. 가장 큰 요인은 나라의 실권자들, 기업의 오너들, 사회 지도층이 오직 출세와 성공을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저지른 불법, 탈법, 비리, 거짓말이다. 그러함에도 권력을 이용한 면책과 업적을 앞세운 온정주의 등이 불신의 기제로 쌓여서 나타난 결과이다. 그러기에 갖가지 의혹에도 불구하고 임명권자의 절대적인 신뢰와 ‘관운’ 덕에 권력 2인자가 된 황교안 총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신뢰의 회복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이고, 전직 교육전도사이기도 했다니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이 아닌 다른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삼일교회 담임

저작권자 © 기독교한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